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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前 국회 부대변인)
오는 8월 세계 170개국에서 청소년 5만명이 우리나라를 찾는다. 새만금 야영장 일대에서 열리는 세계잼버리 대회(8월1~12일)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세계잼버리는 4년마다 개최되는 세계 최대 청소년 국제 야영 행사다.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강원도 고성 이후 32년 만이다. 정부는 대회 유치 이후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지원 특별법'을 제정해 지원하고 있다. 또 한덕수 총리를 위원장으로 정부지원위원회를 가동 중이다. 대회 조직위는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을 명예조직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세계잼버리대회는 코로나 이후 국내에서 열리는 가장 큰 국제행사다. 대회는 세계 청소년들에게 우리나라를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청소년시절 여행은 잠재의식 속에 깊게 뿌리 내린다. 이들이 어떤 이미지를 갖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신인도는 달라진다.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는 훌륭한 인적 네트워크가 된다. 대부분 나라에서 스카우트 단원은 자국 내에서도 좋은 자원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이번 대회에 1천500명이 참여한다. 1인당 GNP 4천달러에 불과한 인도네시아 경제력을 감안하면 놀라운 참가 열기다. 이들은 상류층 자녀들로서 향후 국가 리더로 성장할 여지가 있다.


170개국서 청소년 5만명 찾아
대회를 일회성 이벤트 아니라
청소년정책 전환 이끌 계기로


대회가 열리는 새만금 또한 상징성을 갖는다. 새만금사업은 1991년 11월 착공 이후 환경문제로 두 차례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지금은 환경 논란을 뒤로한 채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서울 면적 3분의2에 달하는 땅과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33.9㎞) 앞에 서면 감탄할 수밖에 없다. 새만금은 청소년들에게 환경과 생태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기에 적합한 장소다. 새만금 일대 고군산군도 63개 섬은 절경이다. 미국 CNN방송은 지난해 12월 고군산군도를 아시아에서 가장 저평가된 18곳 중 하나로 선정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선정된 고군산군도에 대해 CNN은 '보물 같은 여행지'로 평가했다.

대회 조직위는 새만금이 갖는 상징자원과 고군산군도 관광자원, 그리고 한류를 활용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한류 돌풍을 일으킨 아이돌그룹 K팝 공연, 무주 태권도원과 연계한 태권도 시연, 변산반도 국립공원과 내소사, 선운사 탐방, 갯벌 체험 등이다. 나아가 서울과 경기, 인천, 전남 등지와 연계한 관광 프로그램 개발도 진행 중이다. 대회 개최지는 전북이지만 보름 이상 체류하는 대회 기간을 감안해 전국을 대회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공동체 우선 건강한 인성 함양
학교 현장교육 개선되길 기대


최근 한국 스카우트연맹은 윤석열 대통령을 명예총재로 추대함으로써 우군을 확보했다. 윤 대통령은 초등학교 4년 동안 보이스카우트 단원으로 활동했다. 보이스카우트 출신이 대통령에 오른 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명예총재를 수락하면서 "스카우트 활동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들이 가져야 하는 정신을 배우는 좋은 기회였다. 또 성인으로 성장하면서 사회활동에 큰 힘이 됐다"면서 "새만금 세계잼버리 성공을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김관영 전북지사와 김동연 경기지사는 광역단체 차원에서 상생발전 협약을 체결하고 세계잼버리 성공 개최를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대통령과 정부, 광역단체에 힘입어 성공 개최를 예감하는 건 어렵지 않다.

문제는 대회 이후다. 세계잼버리 대회를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청소년정책 전환을 이끌어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청소년시절 야외 활동은 인내를 배우고 타인을 배려하는 정신을 기르는 기회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학교 현장에서 청소년단체 야외 활동은 급속히 위축됐다. 활동 내용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않고 또 지도자 가점 혜택을 없애면서 유인책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교실과 학원을 오가는 현행 학업 중심 교육으로 인한 폐해는 심각한 실정이다.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이 엘리트교육의 최종 단계로 그랜드투어를 중시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보다 공동체를 우선하고 건강한 인성을 함양하는 방향으로 학교 현장 교육이 개선되길 기대한다.

/임병식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前 국회 부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