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렉티브 안녕 '세계가정적필기체사무소'
콜렉티브 안녕 작가 '세계가정적필기체사무소'.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팬데믹을 지나 자연재해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언제 어디서 닥칠지 모르는 재난의 시간을 가로질러 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과연 진정한 위로라는 것은 존재하는 것일까.

경기도미술관의 2023년 소장품전 '잘 지내나요?'는 예술 작품을 마주한 이들에게 안부를 물으며, 각자가 생각하는 재난의 의미와 느끼는 감정들, 예술이 전해줄 수 있는 위로의 다양한 방식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작품은 야외와 1층 로비 등 미술관 안팎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장이 아닌 미술관 곳곳에서 보이는 작품들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야외·1층 로비 곳곳 전시 '색다른 느낌'

함양아, 불안·두려움 체육관 배경에 담아
양순열, 다양한 오똑이로 생명력 드러내
양아치, 신세계 발견 가상국가 연작 선봬


이번 전시에는 경기도 미술관이 소장한 노재운, 양아치, 함양아 작가의 작품과 초청작가인 양순열, 콜렉티브 안녕의 작품까지 만날 수 있다. 노재운, 양아치, 함양아 작가가 동시대 이슈에 대해 비판하고,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반항적 시선을 보내며 예술가의 치열함을 보여준다면, 양순열, 콜렉티브 안녕의 작품은 일상의 경험에서 포착하는 따뜻하고 감성적인 위로를 말한다.

함양아 작가 '잠'
함양아 작가 '잠'.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함양아 작가의 작품 '잠'은 체육관이 배경이 된다. 체육관에서는 운동을 할 수도, 행사를 할 수도 있지만,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임시 대피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작품에서 사람들은 하나의 사회적 시스템과도 같은 체육관에서 몸을 구부려 잠을 청하기도 하고, 의자에 앉아 감독관처럼 이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며, 주위를 서성이기도 한다.

이 모습은 마치 우리가 견뎌야 하는 재난, 비극적 사건 등을 떠올리게 하는데, 작품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불안하고 두려운 감정을 추상적인 모습으로 나타내고 있다.

양순열 작가 '오똑이'
양순열 작가 '오똑이'.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야외에서 볼 수 있는 양순열 작가의 '오똑이' 연작과 '호모 사피엔스' 연작은 사람과 생명을 연결지으며 친근하면서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모성애를 상징하는 '대모신'을 형상화한 '오똑이'는 평범한 이웃의 얼굴로 울고, 웃고, 수줍어하는 등 인간의 감정을 담아 여러 크기와 색깔로 표현된다.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 사피엔스' 역시 작가가 경험한 내면의 감정을 조각으로 형상화했으며, 비슷해 보이지만 각각 다른 모습의 조각들이 저마다의 생명력을 드러내며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은 인간 군상의 한 편을 보여주는 듯했다.

양아치 작가 '황금버섯'
양아치 작가 '황금버섯 - 미들코리아 연작'.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양아치 작가의 '황금버섯-미들코리아 연작'은 작가가 만들어낸 가상국가 '미들코리아'를 배경으로 신세계를 상징하는 '황금버섯'이 관객을 만난다.

황금빛으로 칠해진 울퉁불퉁한 모양의 조각들은 하나의 배경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마치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우연히 발견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구석 또는 바닥에 배치돼 있다.

이 밖에도 재료와 형식의 변주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콜렉티브 안녕의 '나방-별', '세계가정적필기체사무소' 등과 작가의 작품에 임유영 작가가 영감 받아 쓴 시들, 노재운 작가의 강렬한 오브제 작품 '이 세상은 피의 바다'도 만날 수 있다.

내년 2월까지… 북토크·조향 워크숍도


전시는 내년 2월 12일까지 계속되며, 이 기간 동안 시 필사하기, 북토크, 조향 워크숍, 전시해설 프로그램 등도 함께 진행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