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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인천본부장
"엄마는 꿈이 뭐야?" 이미 꿈을 이뤘거나 포기하고 그럭저럭 살고 있을 나이에 아이로부터 받은 질문에 나는 당황했다. 아이는 어른들로부터 자주 받는 질문을 엄마에게 했고, 누구에게나 꿈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른들끼리는 위와 같은 질문을 자주 하지도 잘 받지도 않는다. 꿈은 젊을 때만 꾸는 것이 아니지만 아이와 꿈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것은 아이의 무한한 가능성과 앞으로 살아갈 많은 시간 때문이다.

놀러 간 곳의 호텔을 보고 호텔 사장을 꿈꾸고 월드컵을 보며 축구선수를 꿈꾸고 병원을 다녀오면 의사를 꿈꾸는 아이. 아이들의 꿈은 자라면서 자주 바뀌지만 꿈을 아예 포기하거나 꾸지 않는 것보다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려운 환경속 꿈 펼치지 못하는
아이들 재능 지원 '아이리더 사업'
나눔은 받는 사람보다 내가 뿌듯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주어진 환경으로 꿈을 펼치지 못하는 아이들의 재능을 지원하는 '아이리더' 사업을 하고 있다. 2022년까지 누적 659명의 아이의 꿈을 지원했고, 인천에서도 '인천의 꿈나무는 우리가 키운다'는 취지로 '인천 아이리더' 사업을 기업과 후원자들의 참여로 하고 있으며 약 135명이 있다.

승우(가명)의 어머니는 남다른 재능을 가진 승우가 자랑스럽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승우의 꿈을 키워주지 못해 마음이 무겁다. 이혼 후 200만원에 못 미치는 근로소득으로 두 아이를 키우며 꿈을 뒷바라지하기엔 늘 부족하다.

"저의 꿈을 이룰 수 있게 지원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힌 승우의 아이리더 지원서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승우의 간절함이 묻어난다. 현재 후원자로부터 승우는 연간 600만원의 지원을 받고 그 믿음에 보답하고자 밤낮없이 훈련해 전국사이클대회에서 개인 및 단체 금메달을 획득하고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잊지 않고 어려운 사람을 먼저 돕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승우의 포부에서 선한 영향력의 순환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피아니스트의 꿈을 가지고 서울에 있는 예술고등학교에 4위로 입학한 정민이(가명), 테니스 국가대표를 꿈꾸며 실업팀에 들어가 정식 선수로 활동 중인 은혜(가명)까지 자신만의 무대를 꿈꾸며 지금도 도전하고 있는 수많은 아이의 이야기가 곳곳에서 생겨난다.

물론 '아이리더'로 활동하다 중도에 포기하는 아이도 있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시도조차 하지 않거나 못하는 경우와는 다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기에 후회도 적고 무엇보다 도전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아이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혼자가 아님을 느낀다.

아이리더를 지원하는 후원자들은 어려운 환경임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아이들에게 기꺼이 아낌없는 지지를 보낸다. 멘토-멘티로 아이를 만나는 자리에서 한 후원자는 아이로부터 "후원자님처럼 누군가를 돕고 싶은데 어떤 마음으로 돕는 거예요?"라는 질문을 받고 "나 좋으려고 돕는 거야"라고 답했다고 한다.

모든 아이의 꿈 도전할 수 있도록
기회와 무대 만드는게 우리 역할


나누면 받는 사람보다 나누는 내가 더 뿌듯하고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선한 영향력을 전한다. 운동으로 거칠어진 손으로 악수하기를 꺼린 아이의 손을 맞잡으며 느낀 후원자의 감동 이야기까지 아이들의 꿈은 어른들의 따듯한 관심과 배려를 받으며 자란다.

모든 아이가 자신이 되고자 하는 꿈을 이루거나 꿈을 계속 키워나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기시미 이치로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처럼 꿈을 도전한 아이들은 그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고 배워 나간다.

2022년 재단이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이해 우리 사회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아이들이 직접 선정해 발표했던 어린이 말씀이 "다양한 꿈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세요"였다.

계절마다 꽃이 피는 시기가 다르듯이 아이마다 자라는 꿈의 속도도 다르다. 모든 아이의 꿈이 각자의 시간과 모습대로 꽃 피울 수 있도록, 도전할 수 있는 기회와 무대를 많이 만드는 것이 아이들과 동행하는 우리의 역할이다.

/이서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인천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