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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논설위원
서울시의 새 브랜드 슬로건이 곧 발표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신규브랜드 후보로 '서울 마이 소울(Seoul, my soul)'과 '서울포유(Seoul for you)'를 두고 2월15일부터 3월16일까지 최종 결선 투표를 진행한 결과, '서울 마이 소울'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브랜드 슬로건은 지난 20년 동안 세 번이나 바뀌었다. 2002년 '하이 서울(Hi Seoul)', 2006년의 '소울 오브 아시아', 2015년의 '아이 서울 유'에 이어 세 번째 변신이다. 새 브랜드 홍보비와 기념품, 조형물 제작비에 드는 예산 낭비 논란과 함께 새 브랜드가 2006년도판을 연상시켜 신선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새 브랜드 '서울 마이 소울'은 서울과 '나'의 영혼을 등치시킨 은유 구조를 하고 있다. '서울'과 '소울'은 음가가 거의 같아 운율감은 강점이다. 동음이의어의 언어유희가 주는 가벼움도 있다. 새 브랜드의 의미를 '따뜻한 사람과 자유로운 열정이 가득한 내 마음이 향하는 곳 서울'이라고 하는 설명은 중언부언이다. '소울'은 '소울 메이트'와 같은 용례도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사후에 육체로부터 분리된다고 여기는 기독교적 생명 원리에서 유래한 말이라서 엄숙하고 비장한 느낌도 있다. 

 

성공한 도시 브랜드는 민주적 소통의 결과로 만들어진다. 그만큼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독일 베를린시의 도시 슬로건인 '비 베를린(Be Berlin!)'은 4년여에 걸친 다양한 대시민 캠페인을 통해 만들어졌다. 베를린 시민과 관광객이 베를린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고민하도록 하고 그 결과를 도시브랜드 전략과 연결하여 성공한 사례이다. 뉴욕(New York)도 도시혁신운동의 일환으로 기존의 슬로건 'I♥NY'을 46년 만에 'WE♥NYC'로 리브랜딩했다. 이 브랜딩은 디자인을 바꾼 것이 아니라 뉴욕시가 역점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시민 참여형 자원봉사 프로젝트인 '스프레드 러브 NYC(Spread Love NYC)'과 연계하여 새로 제정한 것이다.

디자인·스토리텔링 전문가 등 참여 필수인데
서울시 '서울, 마이 소울' 시민 투표로 가름

도시 브랜드 제정은 도시가 가진 민주주의적 능력의 실험이며 종합예술이다. 거기에는 디자인과 마케팅 전문가는 물론 언어와 스토리텔링 전문가, 시민과 외국인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베를린처럼 주체들이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데 서울시는 시민공모 투표제로 가름하고 말았다.

브랜드 이미지는 직관적이어야 한다. 도시의 상징과 브랜드 슬로건은 표현된 그 자체로, 설명 없이 의도가 전달되어야 한다. 부연 설명이 필요한 브랜드라면 외면당할 가능성이 높다. 직접적인 감각 소구력을 지니게 하려면 단순해야 한다.

브랜드에도 트렌드가 있다. 성공한 브랜드 슬로건에는 도시와 도시의 주인인 시민과의 관계가 분명하다. 슬로건 문장에 말하는 주체인 화자(話者)와 도시의 관계맺기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시의 'I♥NY/WE♥NYC: 나는 혹은 우리는 뉴욕을 사랑해요'나 암스테르담의 'I amsterdam: 나는 암스테르담!'에는 그 주체가 뚜렷하다. 도시와 '주인'의 관계를 '주인'의 입으로 발화하고 있는 형식이다. 이번에 '서울, 마이 소울'이 시민들의 선택을 받은 이유가 있다면 그 때문일 것이다.

슬로건, 표현 자체 설명없이 의도 전달돼야
새 단체장마다 교체 혈세 낭비 고유기능 상실


전국의 지자체들도 도시 브랜드를 바꾸고 있다. '컬러풀 대구'는 '파워풀 대구로', '다이내믹 부산'은 '부산 이즈 굿(Busan is Good)'으로, '이츠 대전(It's Daejeon)'은 '대전 이즈 유(Daejeon is U)'로 바뀌었다. 도시브랜드는 시민들에게는 공동체 의식과 자긍심을 환기하고, 외지인들에게는 도시의 이미지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브랜드를 새로 만들고 기념물을 바꾼다면 혈세의 낭비는 물론 브랜드의 고유기능도 할 수 없게 된다. 정작 바꿔야 할 것은 시화(市花)니 시목(市木)이니 하는 도시 상징물들, 특색도 근거도 감동도 박약한 구색 아닌가?

/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