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1101000420700020511

어린이들이 체험 학습 등을 위해 자주 이용하지만 걸어서 오는 경우는 적은 교육시설이라면, 그 주변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으로 지정해야 할까. 아니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까. 지난해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유아교육진흥원 주변을 스쿨존으로 지정할 길이 열렸다.

이에 따라 인천시교육청 유아교육진흥원 측은 스쿨존 지정 주체인 인천시와 논의를 시작했지만, 그 필요성을 두고 양측 간 온도 차가 보인다.

인도폭 좁고 일부 안전펜스 없어
주변 혼잡도로 상습정체 발생 여지


12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유아교육진흥원 주변 스쿨존 지정은 지난 2020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처음 거론됐다. 유아교육진흥원은 전국 시·도교육청 산하에 어린이 체험과 교육 등을 위해 마련된 시설이다.

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아이들이 단체로 방문하고, 주말에는 가족 단위로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 어린이 안전을 위해 유아교육진흥원 주변을 스쿨존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나온 것이다.

지난해 4월 개정된 도로교통법 스쿨존 지정 대상에 '어린이가 자주 왕래하는 곳으로서 조례로 정하는 시설 또는 장소'가 추가되면서 유아교육진흥원 주변에도 스쿨존 지정을 검토해볼 여지가 생겼다. 지난해 인천 서구 백석동에 있는 유아교육진흥원을 다녀간 어린이는 단체 기준 1만1천550명, 가족 단위(보호자 포함)로는 884명이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는 매년 2만명에 가까운 어린이가 이곳을 방문했다.

인천시는 진흥원 주변을 스쿨존으로 지정하는 데 대해 아직은 미온적이다. 등·하굣길처럼 어린이가 걸어서 오는 시설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단체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차량을 타고 오거나, 가족과 함께 자가용 차량을 이용해 방문한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 통합지침'을 보면, 하루 기준 시설 이용자의 10% 이상이 주변 도로를 걸어서 다닐 때 스쿨존 지정 대상이 된다. 차량 이용 인원은 제외다.

전국에 있는 유아교육진흥원 중 주변을 스쿨존으로 지정한 전례가 없다는 점도 인천시가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다.

반면 인천시교육청 유아교육진흥원 측은 어린이 보행 안전을 위해 스쿨존 지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진흥원 주변에는 왕복 2차로 도로가 있는데, 진흥원 입구까지 이어진 인도 폭이 좁고 일부 구간은 안전펜스가 없다.

진흥원 측은 오는 6월 길 건너에 들어선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고, 9월에는 단지 내에 초등학교도 개교해 어린이들이 걸어서 진흥원을 찾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진흥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주변 인도를 걸어 아라뱃길로 가는 가족도 많아질 것"이라며 "어른 1명 정도만 걸을 수 있는 좁은 길인 데다 주변 차량 통행도 잦은 만큼 보행 안전을 위해 스쿨존 지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 교통안전과 관계자는 "보행자 안전도 중요하지만, 교통 여건도 고려해야 한다. 이 주변은 혼잡도로라 스쿨존 속도 제한을 두면 상습 정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진흥원이 스쿨존 지정을 신청하면 현장을 면밀히 조사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