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도당위원장 회의에서 발언하는 김기현<YONHAP NO-2495>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 대표 주재 전국 시·도당위원장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4.12 /연합뉴스

22대 총선을 1년 앞두고 지지율 하락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여권 내부에서도 '절박함'이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경기·인천 지역 정가에 확산되고 있다. 이러다 새로 들어선 지도체제인 '김기현호'가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경인지역 정가에 따르면 최근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정부의 거부권(재의 요구) 행사에 이어 간호법과 의료법 논란 난제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지만, 여권은 대통령실에 대한 미국의 도청의혹, 전광훈 목사 발언을 놓고 집안싸움을 벌이는 모습 등 대응 부재 위기로 표류하는 모습이다.

정우택 "여당 품격 맞는 언행해야"
경기前의원 "수도권이 총알받이냐"

이런 분위기로 12일 김기현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첫 최고위원·중진 의원 연석회의와 시도당 위원장 회의에선 쓴소리가 쏟아졌다.

국회부의장인 5선의 정우택 의원은 3·8 전당대회 이후 내림세를 보이는 당 지지율을 거론하며 당 지도부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그는 "최근 여러 가지 상황은 우리한테 녹록지 않다"며 "지자체 선거이긴 하지만 최근 재·보궐선거 (패배)가 주는 시그널도 우리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현장에서 있어 보면 우리 당의 중심에 있는 분들이 집권 여당의 품격에 맞는 언행을 해야 한다. 이런 언행이 이뤄지지 못하면 결국 현장에서 뛰는 당원들은 힘들어한다"고 꼬집었다.

최근 5·18 정신 헌법 수록 문제, 제주 4·3 기념일, 전광훈 목사 등과 관련한 각종 설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경기 남부권의 한 전직 의원은 "매주 산악회 행사에 나가면 뭐하느냐, 당 지도부의 실수 한 방에 표 떨어지는 소리가 절로 난다"며 울분을 토했다. '수도권이 총알받이냐'는 볼멘소리를 토해내기도 했다.

한 현직 의원도 "당이 긴장감이 없다. 앞으로 더 열심히 뛸 테니 따라오라는 식"이라며 "한 달 갓 지난 지도부인데, 이대로는 안된다는 따가운 질책이 지역 사회에 널리 퍼졌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이 왜 이렇게 망가졌느냐는 소리를 귀가 따갑도록 듣는다"고 전했다. 


정진석 "총선 인재영입 서둘러야"
'태영호·김재원 엄격한 조치' 요구
윤리위원장 황정근 임명 '기강잡기'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과 관련해 공천 룰 정비, 인재 영입 등을 서둘러야 하는 데 준비 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진석 의원은 "총선에서 결국 어떤 인물을 내세우느냐가 관건이므로 바로 인재영입위원회, 인재발굴위원회를 구성해서 가동했으면 한다"고 지적했고, 직전 원내대표를 지낸 주호영 의원도 "사람을 미리 찾아서 준비시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고, 특히 공천 원칙을 빨리 확정하고 누구나 승복할 수 있는 공천제도를 관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런 악재 속에 총선 대표 공약으로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제안하자는 자구책도 나오고 있지만, 이슈를 삼켜 버리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며 민생에 더 다가가는 정책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4·3' 관련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태영호 최고위원과 전광훈 목사 관련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김재원 최고위원을 겨냥해 엄격한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마침 당 지도부는 이날 판사 출신 황정근 변호사를 당 윤리위원장에 임명하고, 당무 감사위원장에 신의진 전 의원을 내정하고 나서 당 기강 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됐다. 이런 분위기에 김 대표는 이날 시·도당 위원장 회의를 열고, 각 시도당에 국민 눈높이에 맞는 언행을 해달라고 당부하는 등 '집안 단속'에 집중했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