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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딸 조민씨와 함께 한 달 가까이 전국 순회 북콘서트를 열고 있다. 저서 '조국의 법고전 산책'의 홍보를 위한 독자와의 대화인데, 한때 나라를 들었다 놓은 조국 일가의 명성 때문인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부녀의 발언이 주목받는다.

지난달 서울 북콘서트에서 딸은 아버지가 "청렴결백한 논리주의자"라고 했다. 11일 부산 북콘서트에서 아버지가 화답했다. "지난 10년간 의사 자격시험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고 딸의 의사면허가 노력의 결과임을 강조했다. "지금은 무료봉사를 하고 맛집을 돌아다니며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다"며 딸의 당당한 일상을 지지했다. 고난(?) 속에서도 서로 지지하고 의지하는 부녀의 모습에 팬들은 환호했다.

조국 일가의 법난(法難)은 가혹하지만 자초한 결과다. 부인 정경심은 입시부정 혐의 전부와 사모펀드 비리 일부 유죄로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조국도 자녀 입시부정 공모 혐의로 1심 재판에서 2년 징역형을 받았고, 부인은 이 재판에서 징역 1년이 추가됐다. 조민은 부산대 의전원 입학 취소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2019년 대한민국 법조1번지 서초동을 뜨겁게 달군 조국 수호 열기를 생각하면 허무한 결과다. 재판이 시작되면서 진정된 열기는 판결이 이어지며 차갑게 식었다. 서초동에서 조국 사수를 목청 놓아 외치던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제일 먼저 흩어졌다. '조국'에 침묵한다. 김남국 의원 침대 머리맡에 아직도 조국 사진이 놓여있는지 궁금하다.

박성제 MBC 사장이 보도국장 시절 김어준 방송에서 "딱 봐도 100만"이라던 촛불 군중도 사라졌다. 최근 정경심씨의 구치소 영치금 2억4천만원이 화제가 됐다. 보통 사람은 상상할 수 없는 금액으로, 조국 팬들이 입금해 준 돈이다. 그래봐야 수천 명의 십시일반일 테다. 민주당 의원들과 100만 군중은 사라졌고, 남은 건 딱 2억4천만원 어치의 팬덤 뿐이다.

조국 가족이 진심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일상을 회복하려면 대중의 용서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지지자를 찾아 북콘서트를 열고, SNS 맛집 순례기를 올린다. 소수 팬덤이 만든 메타버스(가상공간)에 갇혀 벌거벗은 임금님 행보를 보이니, 대중의 반응은 실소와 냉소를 오간다. 조국 부녀의 강철 멘털에 국민들이 감정노동에 시달린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