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일정상회담이 한일관계를 과거로 후퇴시킨 측면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12일 쉐라톤 그랜드 인천호텔에서 열린 새얼문화재단(이사장·지용택) '제430회 새얼아침대화' 연사로 나와 "(한일정상회담이) 몇 가지 점에서 심각하게 우려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남 교수는 "이번 한일정상회담에서 경제를 매개로 과거사와 안보가 교환됐던 '1965년 체제'가 다시 부활되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1990년대 이래로 과거사와 안보의 교환 구조가 역사화해와 평화구축의 연동구조로 가 있던 것에서 다시 1965년 체제로 돌아갔다는 걸 의미하는 장면이었다"고 했다.
이어 "과거사를 봉인하고 경제협력을 매개로 한일관계를 안정화해 '한미일 안보협력체제'를 구축·작동시키는 구조가 복원됐다"고 했다.
경제 매개로 과거사·안보 교환
'국제법 위반' 판결 日 입장대로
외교, 절대적 의리 아닌 이해관계
1965년은 한일기본조약이 맺어진 해다. 1965년 체제는 일본의 식민지배라는 역사를 한일 간 경제적 가치의 원상회복이라는 방법으로 청산하고, 경제 협력이라는 수단으로 공산주의의 위협에 대항해 한일의 안보를 확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안보와 경제가 전면에 있고, 역사 청산은 후면에 내몰리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남 교수는 "더 큰 문제는 이번 회담에서 일본의 식민지배가 불법이라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 이를 바탕으로 내려진 대법원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일본의 입장대로 해석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2018년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와 일본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 두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일본은 이를 두고 '한국 사법부가 국제법 위반상태를 만들어 한국 정부가 시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남 교수는 "일본 정부는 아마도, 정상회담에서의 많은 발언들, 정부 발언들을 근거로 국제법적으로 식민지배가 합법이었다고 간접적으로 (우리가) 인정했다고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남 교수는 "우리가 그동안 한미일 안보협력이라는 체제 안에 갇혀있다가 1990년대 들어 겨우 역사화해와 평화구축이라는 걸 연동해 동남아와 신북방으로 나아가며 지구적 시점을 획득하고 있는데, 왜 (과거로) 회귀해야 하나. 세계를 바라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지용택 이사장은 강연에 앞선 인사말에서 "외교는 절대적으로 의리가 아니라 이해관계로 이뤄져야 한다"며 "여야의 한목소리를 바탕으로 줄 것은 주면서도 받을 것은 받는 그런 외교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