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수호대는 인천과 서울이 언저리에 있는 가상의 마을 '대포읍'에 있는 느티나무에 사는 정령 '느티 샘'과 느티나무를 지키려는 마을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청소년 판타지 소설이다. 김중미 작가가 이 작품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코로나19를 보내면서였다고 한다.
작가는 이 위기가 우리의 삶을 변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는 팬데믹이 일어난 원인에 대해 얘기하고 반성하면서 공존과 연대, 협력을 이야기하던 시기였다.
"그렇게 낯선 시간을 보내는 시기였어요. 여름이 찾아왔어요. 5·6월쯤. 제가 포도밭 일을 끝내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올라가는 언덕에 초록빛 터널이 생기는 거예요. 내가 다른 곳으로,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상상을 했어요. 그 길을 반복해서 다닐 때마다 저 나무 터널을 지나고 나면 진짜 협력, 공존이 중심이 되는 그런 세상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코로나 시기에 생각한 협력·공존 담아
"다문화 대상화 않고 '우리'로 그려내"
작품에서는 신기한 느티나무 속 신기한 세상이 펼쳐진다. 느티나무는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에게 언제나 문을 열어주고 먹을 것과 쉴 자리를 마련해 준다. 느티나무 안에서는 각자 다른 나라 말로 이야기해도 서로 다 듣고 이해할 수 있다. 정령 '느티 샘'은 이야기 친구도 되어준다.
작품 속 느티나무와 어울리는 친구들은 대부분 '다문화'라고 명명된 서로 다 다른 다양한 이주배경을 갖고 있다. 작가는 "이주배경이 다양한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그들을 대상화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냥 '우리'로 그리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소설 속 아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느티나무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소식이 들리자 댄스팀 '레인보우 크루'를 만들어 어려움을 헤쳐간다. 지혜롭고 슬기롭게 서로를 보듬으며 힘이 되어주는 아이들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느티 샘을 비롯해 다른 어른들도 서로를 외면하지 않고 힘이 되어준다.
"'각자도생' 사회라는 말을 해요. 모두 힘드니까. 피해의식도 많고. 사람들에게 되게 가시 돋친 말을 하며 경계를 세우기도 하죠. 하지만 사실은 좋은 사람들이 많다고 정말 많다고 생각해요. 또 좋은 어른들이 있어야 아이들이 살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지겠죠. 아이들이 가진 힘을 믿어요. 저는 날마다 경험합니다. 느티 샘 같은 사람도 곳곳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절망보다 희망을 믿습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