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기관 협업 문제해결 속도내고
특성화 대학 지원도 대폭 강화
교통·교육·의료 등 인프라 준비
소부장업체 국내 기업 위주 육성
삼성 투자 로드맵 집행 '감시역할'
첫째는 속도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반도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빠른 속도가 관건이다. 그럼에도 하이닉스가 4년 전 반도체 공장 부지로 낙점한 용인 원삼 일대에 여전히 흙먼지만 날리고 있는 까닭은 주민들의 반발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각종 인허가 절차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이 점을 감안한듯 정부에서는 이동과 남사의 해당 지역을 '국가산업단지'로 지정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중앙 공기업에 직접 부지확보와 단지 조성을 맡길 계획이라고 한다. LH가 직접 나서면 지방 산단으로 조성하는 하이닉스보다 조금 더 속도를 낼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전력과 용수 공급 등 수반되는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국토교통부, 산업자원부, 경기도, 용인시, 삼성 등 관계기관을 망라한 추진협의체를 구성해 협업과 소통으로 빠르게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둘째, 반도체 특성화 대학에 대한 지원이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 300조원 투자의 결과가 단순한 반도체 생산기지에 머물지 않고 첨단산업 교육과 연구개발까지 연계되는 명실상부 첨단 미래전략산업단지가 되려면 그 중심에 대학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교육·연구개발·제조의 협업에서 생기는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4년 동안 반도체 특성화 대학 지원사업으로 8개 대학에 연간 540억원씩 지원할 계획이지만 부족하다. 클러스터 근접 대학에 반도체 학과 증설을 허용하고 지원액도 대폭 늘려야 한다.
셋째, 교통·교육·의료·문화 인프라를 미리부터 차근차근 조성해 나가야 한다. 거대한 반도체 단지와 주변 시설이 들어설 경우 예상되는 교통 수요를 감당할 수 있도록 간지선 도로의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 답보상태에 있는 경기도 광주~용인~안성 구간의 경강선 전철을 하루빨리 신설해야 한다. 경기도교육청과 용인교육지원청은 우수한 초·중·고교 건립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대형의료기관 유치, 문화·체육시설 확충도 미리부터 계획해 나가야 한다. 이런 조건이 충족되어야 판교와 같은 정주형 첨단산업도시가 될 수 있다.
넷째, 윤석열 대통령과 이창양 산업자원부 장관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일본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을 대거 유치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잘못된 생각이다. 일본의 배신으로 큰 고통을 겪은 상황에서 국내 소부장 업체를 육성할 생각을 하지 않고 일본 기업에게 자리를 내주는 것은 국내 기업의 이익이나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다. 반도체 클러스터의 핵심인 소부장 업체가 일본 기업이 아닌 국내 기업 위주로 육성되도록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다섯째, 삼성이 발표한 투자계획이 로드맵에 따라 집행될 수 있도록 촉구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대기업으로서 지난해 통과된 '국가 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법'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대규모 부지를 개발할 수 있는 각종 인허가를 부여받았다. 사실상 '대기업 특혜'에 다름 없다. 특혜를 받은 만큼 책임도 증가한다. 종종 대기업이 약속한 투자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데 삼성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약속대로 투자가 이행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삼성, SK, 용인시, 경기도와 지역 시민사회단체를 망라하는 협의 기구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본다.
/이상식 前 국무총리 민정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