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경기가 침체하면서 인천지역 공공택지 개발사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미분양 리스크에 건설사의 사업 진행이 더디게 진행되자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등을 우려한 금융권이 원금 회수에 나서면서 계약이 해지된 사례가 나왔다.
PF부실 우려… 은행들, 원금 회수
인천 루원시티 2개 필지 계약 해지
17일 인천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구 루원시티 택지 부지 중 2개 필지의 사업 계약이 해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필지는 LH 인천지역본부가 분양한 공공택지로, A시행사가 사들였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시작되면서 아파트 건설이 지연됐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A사는 '기한이익상실'에 따라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기한이익상실이란 은행 등 금융기관이 사업자에게 대출해주는 조건으로 사업 기한을 정하고, 이 기한 내에 시작하지 않으면 계약을 취소하는 것을 뜻한다.
은행 측에서 한 차례 계약을 연장해 사업이 멈추는 것은 막을 수 있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대출 이자를 갚는 데 차질이 생겼다. 결국, 대출 원금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은행 측은 만기일이 다가오기 전에 시행사와의 계약을 해지했고, 택지 개발도 잠정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LH 인천본부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침체하면서 은행들도 건설 관련 대출을 진행할 때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처럼 민간택지뿐 아니라 공공택지 개발도 시간이 갈수록 부진의 늪에 빠지는 추세다. 공공택지는 민간택지와 달리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2020년 분양가상한제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도입됐을 당시 건설사들의 공공택지 매입이 늘었다. 부동산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어도 공공택지 개발은 비교적 타격이 덜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예상 밖의 사례가 나타난 것이다.
아파트 건설 지연에 기한이익상실
원자잿값 올라 향후 전망도 불투명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4월 월간 건설시장 동향'에서도 민간과 공공 부문을 가리지 않고 건설 경기 침체가 두드러진다. 지난 2월 기준 국내 건설 수주 자료를 보면 총 수주액은 13조4천억원으로, 전월 수주액(20조6천억원)보다 34.6%나 감소했다.
부문별로 나눠보면 민간 부문 수주액이 9조5천억원으로 전월 대비 40.6% 줄었고, 공공 부문 수주액도 4조원으로 같은 기간 14.0% 감소했다. 공공 부문 수주액은 지난해 12월까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였지만, 올해 들어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 폭이 확대되는 것도 건설 경기에 악재다. 2월 기준 국내 건설 원자재 가격지수를 보면 시멘트가 전년 동월 대비 27.5%, 레미콘은 22.5%, 봉강(건축용 철근)도 9.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 폭이 계속 확대하고 있어 건설기업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미 공사가 완료된 물량도 계속 증가 추세라 향후 미분양 문제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