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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선 양평군수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특히 일상생활 중 먹고 마시는 것이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깨끗한 물'이 가지는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대한민국 인구의 50%가 거주하는 수도권은 남한강과 북한강을 식수원으로 삼고 그 물을 마시며 사는데, 그렇기에 수원지인 양평군은 2천700만 수도권 주민들의 젖줄인 셈이다. 양평주민들은 깨끗한 물의 제공을 위해 지난 1975년 팔당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이후 약 50년간 각종 규제를 받아왔다. 자연보전권역·상수원보호구역·수질보전특별대책1권역 등 각종 규제가 겹치다 보니 공장 하나 들어올 수 없었고, 양평주민들은 농업과 관광산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두물머리옆 연꽃 수질정화 '물과 꽃의 정원'
2019년엔 '지방정원 1호 지정' 관광객 북적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00년대 초, 양평군은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옆에 자연공원을 만들기 시작했다. 수생식물인 연꽃을 심어 중금속과 부유물질을 거르도록 설계했으며 이곳엔 '물과 꽃의 정원'이란 뜻을 가진 세미원이란 이름이 붙었다. 이후 약 20년이 지나 이 자연정화공원은 수생·초본·목본식물 540여 종과 각종 연꽃, 추사 김정희 선생이 유배생활 중 제자에게 그려준 세한도를 구현해 놓은 세한정, 정조대왕의 행차 시 설치했던 배다리 등 자연 속 볼거리가 가득한 경기도의 랜드마크로 거듭났다. 지난 2019년엔 경기도 지방정원 1호로 지정되며 세미원과 두물머리엔 매년 16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해 전국 주요 관광지점 순위에서 9위를 달성했다. 그러나 세미원은 '국가정원'이 아니기에 수많은 관광객에도 불구하고 지자체의 예산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마실 물을 깨끗하게 해주고 주말이면 수도권 주민들의 편안한 쉼터가 되어주나 정작 운영의 부담은 여전히 양평군민들에게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국가정원인 순천만은 지난 1990년대 쓰레기 무단투기와 골재채취로 사라질뻔했던 장소다. 하나 순천시와 시민들이 협력해 순천만국가정원을 조성했고 그 노력이 국제정원박람회 개최와 국가정원 지정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전남지역에만 1조5천926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2만명의 고용창출이 이뤄졌고, 203종류의 수목이 식재된 정원에선 매년 온실가스 387.12t을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양평군 '제2의 순천만 목표' 승격 적극 추진
단순 공원 아닌 국토 효율적 이용 고민해야


양평군은 제2의 순천만을 목표로 세미원의 국가정원 승격을 추진 중이다. 지방정원이 지정요건을 만족시킬 경우, 정부가 승격심사를 통해 국가정원으로 지정할 수 있다.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면 운영비를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으며 이는 수도권 주민의 안식처인 세미원이 한 발짝 더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양평군은 2022년 7월 이후 세미원의 국가정원 지정과 관련한 기본구상 및 조례 제·개정, 부서 신설 등의 절차를 이미 마쳤다. 또한 '국가정원 지정 추진 전담기구'도 꾸려 세미원과 인접한 지방하천인 가정천 일대의 하천점용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과 지방정원 활성화 및 정원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환경생태, 조경원예, 문화관광 등 각 분야의 전문가인 주민대표로 이뤄진 '세미원 국가정원 추진단'도 구성해 군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국가정원 추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세미원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될 경우 1조2천207억원의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있으며 경제적 타당성 편익비용비율(B/C)도 2.13에 달한다. 여기에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하나를 이룬다는 두물머리의 민족적 상징성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민선8기 양평군의 캐치프레이즈는 '자연과 사람, 행복한 양평'이다. 이제 세미원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우리 국토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가꿔갈 것인가 고민하는 곳이 되었다. 세미원의 국가정원 승격은 필연적이다. 상수원보호구역에 있는 세미원은 그 존재만으로 이미 국가정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정원은 자연을 살리는 동시에 즐기는 방법을 통한 한 차원 높은 여가문화 조성, 연꽃처럼 수도권 주민들을 위해 약 50년간 중첩규제로 희생한 지역주민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보상이 될 것이다.

/전진선 양평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