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관석 의원,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 통화는 물증에 가깝다. 불법자금 모금과 전달 경로가 구체적이고 선명하다. 강 회장이 6천만원을 조달해 300만원씩 열 개 봉투에 나눴다. 이를 받은 윤 의원이 의원회관을 돌며 대상자들과 만나 전했다. 이 부총장은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고 부추긴다. 후에 3천400만원이 더해졌을 것이다.
'민주 전대 돈봉투' 비리·부패정당 낙인 걱정
'2008년 한나라당 전대 돈봉투 파문' 판박이
"돈이 제일 쉬운데." 이 전 부총장이 한 말이다. 선거판과 표심의 향배를 꿰뚫은 정곡(正鵠)이다. 유권자 수가 적은 전대에서 금권의 위력은 배가 되기 마련이다. 수십 년 선거판을 전전한 정치 낭인(浪人)다운 풍찬노숙의 위엄이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2012년 당 대표 선거에서 패한 뒤 비슷한 어록을 남겼다. "바람은 돈과 조직을 이길 수 없다"고. 늦은 깨우침으로 차기 전대에서 새누리당 대표가 됐으나 '성완종 리스트'에 올랐다.
'이정근의 입'은 종잡을 수 없다. 민주당은 연루된 의원만 열 명을 넘는다는데, 검찰 수사가 어디로 향할지 몰라 노심초사다.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와 겹쳐 비리·부패 정당이라 낙인 찍힐지 걱정이다. 자체 진상규명과 송 전 대표 귀국을 두고도 오락가락했다. 당이 조각날지 모른다는 위기론이 증폭된다.
국민의힘은 '더넣어 봉투당'으로 바꾸라 조롱한다. 위기에 몰린 김기현 대표도 반색이다. 내로남불이 따로 없다. 2002년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에, 2008년 전당대회 돈 봉투 파문을 잊었을 리 없다. 지금 민주당과 판박이다. 고승덕 의원이 돌려줬다는 돈 봉투 금액이 딱 300만원이다. 자당 의원이 폭로했고, 박희태 후보 측 캠프 인사들이 구속됐다.
여당 대표를 지내고 수년 뒤 국회 수장이 된 박희태 의장은 자진 용퇴했다. "모든 게 제 탓"이라고 했으나 반성은 없었다. 당시 재판부는 '정당제, 대의제,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한 범죄'로 규정했다. 그런데도 "전당대회는 축제 분위기서 진행되기에 분위기 자체가 딱딱한 법의 규율보다는 동기 애에서 진행돼 왔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일종의 집안 잔치고, 그런 분위기에 약간 법의 범위를 벗어난 여러 관행이 있다"는 게다. '정치 관행에 검찰이 칼을 댔다'는 그릇된 메시지가 여의도의 자정과 쇄신을 막아선 것이다.
'이정근 게이트'는 비리 잡화점이다. 당 살림을 맡은 고위 당직자가 여권 실력자들을 업고 이권을 챙겼다. 사업 청탁에 인사 부탁, 인허가 개입 등 오지랖이 전국구다. 그와 거래했다는 중진 의원은 수억 원 돈뭉치에도 방탄 뒤에 숨었다. 부패한 여당이 적폐청산을 외쳤고, 전 정권은 이전 정부 인사들을 굴비 엮듯 했다.
각종 이권 챙긴 '이정근게이트' 비리 잡화점
'개인 일탈 치부' 도덕 불감증 집단 뭘 바라나
자고 나니 선진국이 됐다는데, 후진 정치는 달라지지 않는다. 여·야가 한통속으로 뒷걸음질 경쟁을 한다. 무당층이 늘어도 상대 당 지지율에 희비가 갈린다. 의원 숫자를 늘리려 여론을 살피다 슬쩍 꼬리를 내렸다. 10% 줄이자는 여당 대표에 엉뚱한 화풀이다.
국민이 종교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렇게 시끄러운 적이 없다. 어떤 목회자는 "종교가 정치를 감시해야 한다"며 여당을 겁박했다. 여당 대선주자급 광역단체장이 그와 언쟁을 하다 상임고문직을 해촉당했다. 정·교 분리가 신·정 합일로 퇴화할 조짐이다. 오죽 만만하면, 얼마나 못났으면, 목사가 집권여당을 대놓고 비난하고 호통을 치며 훈계를 하겠는가.
민주당은 대표가 국민에 사과하고 공정수사를 촉구했다. 송 전 대표 귀국도 요청했다. "이참에 당이 회초리를 맞고 분골쇄신해 내년 총선에서도 압승하자"는 고무된 분위기다. 그럴 일 없으니 여당은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야당도 국힘이 혁신할 거라 걱정하지 마시라. 서로가 거울 아닌가. '나도 달라'더니, '그깟 300만원'에, '개인적 일탈'이라는 도덕 불감증 집단에 뭘 바라겠나.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