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정치가 최악의 위기다. 4·19혁명 이후 대한민국 정치판을 견인했던 전통 진보 정당과 대표 보수 정당이 국민의 멸시 속에 자멸적 행보를 걷고 있다. 민주화와 산업화라는 선대의 정치적 유산을 탕진한 채 취객처럼 비틀대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얘기다.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민주화의 주역이자 주체였던 민주당의 타락은 눈 뜨고 마주하기 힘들다. 민주화 족보가 불투명한 이재명이 개딸들의 호위 속에 당을 장악한 채 법정으로 출근한다. 민주화 운동의 성골인 송영길은 더러운 녹취록의 주인공이 됐고, 민주당은 '비리의 전당(錢黨)'으로 전락 중이다. 목숨 걸고 민주화를 이룩한 김대중의 업적, 전두환에게 명패를 집어던진 노무현의 정의는 이슬처럼 흩어졌다. "5년간 이룬 성취 순식간에 무너져 허망하다"는 문재인의 영화 대사처럼, 민주당엔 맹목적인 자기애만 남았다.
이단을 의심받는 목사 한 사람에 휘둘리는 국민의힘은 오래 전에 무뇌(無腦)집단으로 추락해 자생력을 잃었다. 후보조차 못내 윤석열 대통령에게 기생해 집권했으면 정신 차릴 만도 하건만, 기생의 주도권 경쟁을 벌이다, 이젠 숙주까지 말아먹을 작정이다. 산업화 세력의 후신을 자처하기엔 능력도, 결기도 없고 자유와 시장의 가치도 상실했다.
보수, 진보의 두 수레바퀴를 굴렸던 시대의 큰 별들이 사라진 자리에, 586 정상배들이 적대적 공생을 획책하는 정치적 퇴행이 막장으로 치닫는다. 사방의 적에 둘러싸인 대한민국이 두 쪽 났다. 전선은 이념과 지역에서 세대로, 남녀로, 계층으로 확대일로다. 정상배들의 정치가 대한민국을 거덜 내고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는 혁명을 잉태한다. 대중은 정치교체를 열망하고 최초의 총성을 고대한다. 금태섭 전 의원이 제3정당 창당 의지를 밝혔다. 수도권 30석을 가진 정당이 출현하면 한국 정치를 근본부터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국민이 각성하면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할 수 있다"며 조력할 의지를 보탰다. 민주당 중진 이상민 의원도 "정당, 정치세력의 물갈이가 필요하다"고 연대를 밝혔다.
정상배들이 정상배들을 키우는 정치를 종식할 선거혁명 의지는 무르익었다. 물리적으로 가능한 지역은 정치교체를 열망하는 무당파 세력이 집중된 수도권이다. 인물과 정책만으로도 가능하다. 수도권 제3정당론이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치지 않길 고대한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