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법원경매 르포
19일 인천지방법원 입찰 법정 앞에서 인천 미추홀구 속칭 '건축왕' 전세사기 사건 피해자 A(42·여)씨가 입찰봉투를 들고 경매정보가 적힌 종이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A씨의 전셋집은 낙찰됐다. 2023.4.19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 사건, 1억1천280만원 입찰 종결하겠습니다."

19일 오전 11시30분께 인천지방법원 209호 입찰 법정. 인천 미추홀구 속칭 '건축왕' 전세사기 사건 피해자 A(42·여)씨의 전셋집이 낙찰됐다. 법정 밖에 있던 그는 이 소식을 듣자마자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전셋집이 낙찰되면서 A씨는 최우선변제금 2천200만원을 제외한 전세보증금 4천여만원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A씨의 전셋집은 집주인 '건축왕'이 은행에서 대출받았던 금액이 1억4천300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날 낙찰된 주택 금액 중 최우선변제금을 제외한 나머지 돈은 모두 은행 대출금을 갚는 데 쓰이게 된다. A씨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전세보증금을 마련했다고 한다. A씨는 "아직 2차 경매라서 이번에는 낙찰되지 않을 줄 알았다. 너무 막막하다"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A씨, 우선변제금 뺀 4000만원 떼여
전날 대통령 지시 불구 이날도 진행
채권자 금융권 시중은행 협조 필요


전날 윤석열 대통령은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가구 등에 대한 경매 절차를 중지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불과 하루 만인 이날 오전 인천지법에서 진행된 경매 대상 73건 중 '건축왕' 소유 주택은 11가구나 됐다. 그중 A씨의 집을 포함한 2가구가 낙찰됐다.

A씨는 "정부 대책에도 경매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살고 있는 전셋집은 대부분 집주인이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경우가 많아 금융권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경매로 집에서 쫓겨날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울먹였다.

이날 A씨와 함께 입찰 법정에 온 전세사기 피해자 B(39·여)씨도 "경매를 중지한다는 정부의 대책을 듣고 나서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낙찰받으려는 경매꾼들이 더 많이 몰린 것 같다"며 "은행들이 정부 대책에 협조할지 의문이다. 우리 집도 낙찰될 것 같아 너무 초조하다"고 토로했다.

인천시는 19일 미추홀구에서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총 2천479가구(지난달 말 기준) 가운데 1천523가구에 대해 임의 경매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중 87가구는 이미 입찰을 통해 매각됐다.

인천시는 속칭 '건축왕', '빌라왕', '청년 빌라왕'(사망) 등 3명이 인천에 소유한 주택을 총 3천8가구로 파악했다. 이 가운데 당장 경매를 중지할 수 있는 주택은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관리 중인 210가구에 불과하다. 다른 주택은 채권자가 금융권이어서 시중 은행들의 협조를 받아야만 경매가 중지될 수 있다.

'건축왕' 전세사기 피해자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 대책위원회' 안상미 위원장은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관리하는 주택 이외에 시중 은행 채권은 어떻게 중지시켜줄 건지 세부 대책이 얼른 나와야 하고, 피해자 우선 매수권 등 근본적 대책도 이른 시일 내에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