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2시께 김포시 고촌읍의 한 상가 2층에선 천장과 벽체, 바닥 등을 철거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곳은 불과 10일 전까지 한 시중은행 영업점이 운영되던 공간이었지만, 최근 5.8㎞ 떨어진 다른 지점과 통·폐합 결정이 났다.
이곳에서 은행 업무를 보던 주민들은 승용차나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 6㎞ 가까이 떨어진 지점으로 가야 한다. 이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높아지는 추세다.
해당 상가에서 경비로 근무하는 A(77)씨는 "평소 이 은행을 이용하던 노년층은 불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도 최근에 거래하던 집앞 은행이 폐점해 관련 업무를 보려면 이제 왕복 1시간을 들여 다녀와야 한다. 은행이 한 번에 너무 많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지점 수 전년比 64곳 감소
비대면·효율화 추진 등 통폐합 늘어
코로나19 기간 비대면 금융거래 증가 여파로 경기도내 금융기관 점포 수가 지난해 64개 줄어드는 등 감소율이 전국 평균을 상회하는 가운데, 비대면 거래에 능숙하지 않은 디지털 취약 계층은 금융 사각지대에 놓이는 형국이다.
한국은행 경기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금융기관 점포 수는 1천899개로, 전년 대비 64개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평균보다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의 점포수 감소율은 3.3%로, 전국 평균(2.7%)보다 높다. 이용자들의 비대면 금융 거래 선호 경향이 증가하고 운영비용 증가 등에 따른 각 금융기관의 점포 효율화 추진 영향 등으로, 김포 고촌읍 사례처럼 은행들이 서로 근거리에 위치한 점포들을 통·폐합하고 있는 점이 한 요인이다.
영업점뿐만 아니라 24시간 현금 입·출금이 가능한 은행 365일 코너도 3년 동안 전국에서 536곳이나 사라졌다.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 통계를 보면 시중은행, 지방은행 등 국내 은행 15곳의 365일 코너는 2020년 5천531개였지만, 지난해엔 4천995개로 떨어졌다.
디지털 취약·거동 불편 고령층 한숨
소비자 단체 "축소 요건 강화해야"
점포 등이 사라질수록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데 취약한 고령층 등의 어려움은 커지고 있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 비율이 높은 지자체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양평군은 전체 인구(12만2천661명) 중 60대 이상 고령층 비율이 28%에 달한다. 하지만 예금은행 점포 수는 3개에 불과해 도내 31개 지자체 중 인구 1만명 당 예금은행 점포 수가 가장 적다. 양평군 관계자는 "아무래도 고령층 비율이 높다 보니 디지털 기기 이용에 취약한 분들이 많다. 현재 고령층, 장애인 등 위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 소비자 단체는 은행 통·폐합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4개뿐인 공동지점 확대 필요성도 제기한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공공성을 띠는 은행이 수익 효율성을 따져 통폐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통폐합해야 한다면 최소한 출장소를 운영하거나 공동지점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