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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지역사회부(용인)차장
하루는 초등학교 6학년 아들 녀석이 붕어빵을 사들고 와서는 "아빠, 우리 집은 붕세권이네요"라고 했다. 유명 커피전문점의 '스세권', 패스트푸드점의 '맥세권'까진 들어봤으나 '붕세권'은 처음 들어본 용어였다.

요즘은 '반세권'이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반도체로 인한 호재가 예상되는 주거지역을 뜻한다고 한다. 지난 3월15일 정부가 용인시 남사·이동읍 일대에 세계 최대 규모의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생겨난 신조어인 듯싶다. 반도체 덕분에 용인은 지난 한 달간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지역으로 떠올랐다.

인근의 땅값과 집값은 곧바로 폭등했다. 남사읍에 위치한 용인 한숲시티는 단번에 '한숨시티'의 오명을 벗고 '(신의)한수시티'로 거듭났다. 용인뿐 아니라 화성 동탄2신도시 등 인근 지역의 부동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도체 분야는 이제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담보하는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에 300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이 투입되는 이유다. 시민들은 이 같은 시설이 용인에 들어선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한껏 고무됐다. 땅값·집값 상승에 따른 각자의 이익 때문일 수도,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적 파급 효과와 지역의 발전을 기대하는 마음일 수도 있다. 지금도 시내 곳곳에서 국가산단 지정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국가산단이 순탄하게 조성돼야 한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다만 소수의견에도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절대다수가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사이 남사·이동읍 일대 원주민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이주라는 정해진 수순을 따라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들의 합당한 요구를 더 많은 보상을 위한 전략쯤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이상일 용인시장이 정부 발표 이후 줄곧 보상·이주 대책 마련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에도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겠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황성규 지역사회부(용인)차장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