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다 남은 웃음┃김원옥 지음. 황금알 펴냄. 128쪽. 1만5천원

XL (1)
'무지개가 떴다/그것은 낮의 빛 속에서/오래도록 영롱했다//어느 날부터/한 색깔 한 색깔/하늘 골짜기로 떨어져 갔다/떨어질 때마다/괴로움이 필요했던 것의/하늘이 무너지는 것의/바람을 얼굴에 맞곤 했다…(중략)…삶의 무익성 속에서/묵을 지키게 될/그날은' -시(詩) '울다 남은 웃음' 중에서

김원옥 시인이 시집을 펴냈다. '바다의 비망록'(2015년 황금알 刊), '시간과의 동행'(2020년 시학 刊) 이후 세 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는 4부로 나눠 60편의 시가 수록됐다. 창작자가 아니라 '시'와 진정한 친구가 된 듯 보이는 시인의 작품으로 빼곡하다. 이번 시집은 시인의 이전 작품과 다르다.

남편인 이가림 시인과의 사별 이후의 시에서 보이던 고통스러운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전 시들에선 '실존', '인식', '주체', '원천' 등 어려운 단어들도 많았는데 대신 '손', '그대', '햇간장', '흰머리', '고춧가루' 등 구체적인 언어로 썼다.

이찬규 문학평론가는 이 시집에 대해 "지난 시집과 확연히 다른 점은 죽음에 대한 사유를 넘어서고 죽음에 대한 변증성을 걷어치운다는 점에 있다"면서 "'죽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죽음이 '곧'우리에게 무엇을 건네줄 수 있는지 알려준다"고 했다.

김원옥 시인은 '시인의 말'에 "반갑다 시야. 조물주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중략)… 떠다니는 으스스한 가을바람 소리 더 이상 홀로 듣지 않게 하려고 너를 나에게 보냈구나 시야 반갑다"고 썼다.

시인은 서울에서 태어나 숙명여대와 성균관대 대학원, 프랑스 루앙대 등에서 공부했다. 역서 2권과 에세이집 1권이 있다. 인천에서 시작(詩作)과 함께 문화 운동도 펴고 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