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홍보 현수막 사이에 홀로 남은 전세사기 피해자 추모제 행사 알림 현수막
전세 사기 피해를 입은 20대 청년이 지난 19일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구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포기하는 경우가 잇따르면서 당정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피해자들의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20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역 남광장에 최근 진행된 '전세 사기 피해자 故○○○님' 추모제 관련 현수막이 걸려있다. 2023.4.2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 미추홀구 속칭 '건축왕' 전세사기 피해자인 20~30대 청년 3명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에야 정부가 뒤늦게 실질적 구제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또 다른 청년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20일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는 전날 오후 전세사기 피해자 20대 남성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구조됐다고 밝혔다.

다행히 병원 치료를 받고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하마터면 또 다른 비극이 일어날 뻔했다.

이 남성은 미추홀구 건축왕 A(61)씨가 소유한 도화동 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남성 구조 또 비극 일어날 뻔
대책위 "신속·실효성있는 지원을"


A씨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비극적 선택을 한 20~30대 청년은 3명이다. 지난 17일 인천 미추홀구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30대 여성 B씨가 병원 이송 도중 숨졌다.

사흘 전인 14일에는 미추홀구 연립주택에서 20대 남성 C씨가, 앞서 2월28일엔 미추홀구 빌라에서 30대 남성 D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인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위원장은 이날(2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새벽 3번째 사망 피해자(30대 여성 B씨) 발인을 기다리는 도중에 또 다른 한 분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구조됐다. 피해자들에게는 시간이 없다"며 정부의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거듭 촉구했다.

대책위는 특별법 제정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과 윤석열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국힘·정부, 우선매수권 부여 등 추진
현장 적용까진 시간소요 뒷북 우려


국민의힘과 정부는 이날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 지원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피해 임차인에게 우선 매수권 부여' '저리 대출 지원' 등의 방안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이들 방안이 현장에 적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정은 피해 주택 경매 시 일정 기준의 임차인에게 우선 매수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 방안을 검토하고, 피해 임차인이 거주 주택 낙찰 시 구입 자금 마련을 위해 일정 기간 저리 대출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금융권 경매·공매 유예 조치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금융기관이 제3자에게 채권을 매각하는 경우에도 경매를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 관련기사 3·4면(전세사기 동탄 공인중개사무소 "사고 이력 없다" 정부 점검 제외)

/정의종·이현준·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중앙자살예방센터 홈페이지(www.spckorea.or.kr)와 인천시자살예방센터 홈페이지(ispc.or.kr)에서 거주지 인근 자살예방센터 전화번호와 주소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