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속칭 '건축왕' 전세사기 피해자인 20~30대 청년 3명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에야 정부가 뒤늦게 실질적 구제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또 다른 청년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20일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는 전날 오후 전세사기 피해자 20대 남성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구조됐다고 밝혔다.
다행히 병원 치료를 받고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하마터면 또 다른 비극이 일어날 뻔했다.
이 남성은 미추홀구 건축왕 A(61)씨가 소유한 도화동 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남성 구조 또 비극 일어날 뻔
대책위 "신속·실효성있는 지원을"
A씨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비극적 선택을 한 20~30대 청년은 3명이다. 지난 17일 인천 미추홀구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30대 여성 B씨가 병원 이송 도중 숨졌다.
사흘 전인 14일에는 미추홀구 연립주택에서 20대 남성 C씨가, 앞서 2월28일엔 미추홀구 빌라에서 30대 남성 D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인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위원장은 이날(2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새벽 3번째 사망 피해자(30대 여성 B씨) 발인을 기다리는 도중에 또 다른 한 분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구조됐다. 피해자들에게는 시간이 없다"며 정부의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거듭 촉구했다.
대책위는 특별법 제정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과 윤석열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국힘·정부, 우선매수권 부여 등 추진
현장 적용까진 시간소요 뒷북 우려
국민의힘과 정부는 이날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 지원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피해 임차인에게 우선 매수권 부여' '저리 대출 지원' 등의 방안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이들 방안이 현장에 적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정은 피해 주택 경매 시 일정 기준의 임차인에게 우선 매수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 방안을 검토하고, 피해 임차인이 거주 주택 낙찰 시 구입 자금 마련을 위해 일정 기간 저리 대출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금융권 경매·공매 유예 조치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금융기관이 제3자에게 채권을 매각하는 경우에도 경매를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 관련기사 3·4면(전세사기 동탄 공인중개사무소 "사고 이력 없다" 정부 점검 제외)
/정의종·이현준·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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