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립극단의 연극 '전명출 평전'이 25일부터 30일까지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펼쳐진다. 극작가 백하룡의 희곡을 박정석 연출가가 객원 연출로 합세해 인천시립극단과 함께 선보인다. 시립극단의 올해 첫 정기공연작이다.
평전은 개인의 일생에 대해 평론을 곁들여 적은 전기다. 하지만 주인공 전명출은 평전이 어울릴법한 인물은 아니다. 다만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던 1948년생인 그의 삶 자체가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상징한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이라 불린 고도 성장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동반된 어두운 이면이 전명출을 통해 그려진다. 순수한 시골 청년 전명출이 시간이 지나며 비인간화 되어 가고, 그 과정을 지켜보며 전명출을 살리고자 노력한 그의 아내 이순님의 이야기가 동시에 펼쳐진다.
문예회관 30일까지 인천시립극단 정기공연
한 인물의 영광과 몰락… 현대사 이면 그려
평범한 소시민 전명출의 삶이 대한민국의 현대사와 맞물려 변화무쌍하게 흘러간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에는 농촌의 영농후계자로, 건설 붐이 불던 1980년대에는 울산 방어진의 기적을 일으킨 아파트 건설 현장의 노동자와 하청기업 사장으로, 1990년대에는 부동산 투기꾼이면서 주식 투자자로, 2000년대에는 4대강 사업을 통해 이익을 보려는 전문 사기꾼으로 살아가다 소를 키우던 축사에서 떨어져 죽는 사고로 생을 마감한다.
극을 쓴 백하룡은 2004년 서울연극제 희곡상 수상으로 대학로에서 주목을 받았다. 세계와 개인의 문제에 천착하는 작품을 발표해왔다. 역사를 재해석하며 고전의 동시대성을 고찰하는 작가로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대표작으로 '파행', '남산에서 길을 잃다','한중록', '이상한 동양화' 등이 있다.
연출을 맡은 박정석은 극단 바람풀 대표로 혜화동 1번지 4기 동인이다. 고마나루 국제 연극제 예술감독 등을 역임했다. 최후만찬', '부러진 날개로 날다', '저승', '로베르토 쥬코' 등 50여편의 작품을 연출했다.
박정석 연출가는 "어둡고 아픈 시절이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을 웃게하는 '전명출 평전'으로 코로나19로 멀어진 관객과 연극의 거리가 가까워지길 바란다"고 했다. 평일 오후 7시30분, 토·일요일 오후 3시에 시작된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