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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객원논설위원
총선을 1년 남겨놓은 시점에서 보는 한국정당체제는 참담하다. 대통령실과 여당, 제1야당의 작금의 행태나 수준으로 볼 때 과연 정치가 지속가능한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 원리인 책임성은 온데 간데 없고, 대표성마저 위협받고 있다. 제1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말할 것도 없고, 급기야 전당대회에서 돈봉투를 살포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진 마당에 정당정치가 온전할 리 없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21년 당 대표 선거때 불거진 의혹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모르는 일이며, 개인의 일탈이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송 전 대표가 인지하고 직접 개입한 정황을 의심할 수 있는 녹취가 공개됐음에도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송 전 대표는 대표로 선출된 이후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낙연 후보 측이 주장한 결선투표를 일축하고, 중도 사퇴 후보들의 득표를 무효표로 처리함으로써 이재명 대표가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후 자신의 지역구인 계양을을 사실상 이 대표에게 넘김으로써 이 대표의 원내 입성과 당 대표로 선출되는데 긍정적 역할을 했다. 계양을은 민주당의 텃밭이기 때문이다.  

 

선거는 민주주의를 운영하는 핵심 기제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돈으로 표를 매수하는 매표(買票)는 대가성을 전제로 금품을 수수하는 부패 범죄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민주주의의 파괴행위이다. 표심을 교란하고 민심을 왜곡하며, 정당정치의 근본을 허물음과 동시에 대의제 자체를 형해화시키는 최악의 범죄다.

민주당 대표 사법리스크·전대 돈봉투 의혹
대통령·與 국정 재검토 안하면 상황 더 심각


여당 역시 나을 게 없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은지 오래다. 이슈와 시점에 따라 부침이 있겠으나 국정 지지도가 20%대에서 30%대 초라는 것은 임기 말이 아니라는 시기적 요인만 제외한다면 사실상의 레임덕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론이 제기될 때의 지지율이 20%대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을 회고해보면 보수정당으로서 안정적 국정능력을 선보인 것이라곤 한미 동맹 강화라는 것 이외에는 떠오르는 게 없다. 취임 초 대통령실 이전 문제로 정쟁과 소모적 논쟁을 야기했고 아직도 후폭풍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여당 내부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를 배제하는 무리한 행태가 여권의 자중지란을 초래했다. 지난해 가을의 이태원 참사 때는 사건에 관련된 고위 공직자 중 아무도 책임진 인물이 없었다. 지난달의 대표 경선 때는 대통령의 당무개입 논란이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했다. 정치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정치의 빈곤, 정치의 실종을 여권의 핵심이 자초하는 형국이다.

강제동원 해법으로 제시한 '제3자 변제'안은 일본측의 상응하는 호응의 부족으로 후폭풍과 비판 여론에 직면하면서 저자세 외교 논란을 불러왔다. 미국 정보기관의 도청 의혹에도 주권국가로서의 당당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집권여당은 최고위원들의 시대착오적 발언으로 실언 파문에 휩싸이고 보수진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듯한 전광훈 목사의 발언 등은 여당이 강성보수에 휘둘리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으로 비추어 볼 때 여권의 국정 능력을 원점부터 재검토하지 않으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상대 당 실수로 생명 연명 '공생' 언제까지
유권자 감내 '한계'… 아래로부터 혁파해야


정당체제는 한계를 드러내며 유권자들이 감내할 임계점을 넘었다. 상대의 실수에 기대어 정당의 생명을 연명해 나가는 현재의 '공생'이 언제까지 가능하겠는가. 게다가 극단의 팬덤에 의지하며 상호 '적대'로 목숨을 부지해 나가는 정당구도는 지속될 수 없다. 제3세력의 출현 가능성을 전망하지만 1995년의 자민련의 50석과 2016년의 국민의당의 36석은 충청과 호남이라는 지역기반, 김종필과 안철수라는 인물이 구심점이 되어 가능했다. 결국 이들도 거대정당에 흡수되었다. 결국 유권자 연대의 아래로부터의 압력에 의해 혁파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는 괜히 치장으로 있는 게 아니다. 어떤 정치인의 말처럼 '삼겹살 판 갈 듯이 정치판을 바꿔야 한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