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교섭권 국가 적극 개입했다면 비극 막아"

25일 인천경찰청 민원실에서 남동구 초등학생 아동학대 살인사건 피해 어린이 친모와 부모따돌림방지협회 관계자가 면접교섭권 방해한 계모와 친부에 대해 정서적 학대 혐의로 추가 고소장을 접수하고 있다. 2023.4.25 /김용국기자 [e-mail]

'학대 사망' 남동구 초등생 친모
친부·계모 '정서적 학대' 고소장
2019년 이후 온갖 핑계 만남 불발

인천 남동구에서 계모와 친부 학대로 온몸에 멍이 든 채 사망한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의 친모가 이혼 후 아들에 대한 면접교섭권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전남편과 계모를 경찰에 고소했다.

지난 2월 숨진 A(12)군의 친모 B씨는 전남편이자 아이의 친부인 C(40)씨와 계모 D(43)씨가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혐의가 있다는 취지의 고소장을 인천경찰청에 25일 제출했다.

B씨는 이들이 A군과 자신이 만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A군이 친모를 거부하도록 '가스라이팅'하는 등 정서적으로 학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B씨는 2018년 5월 전남편 C씨와 이혼했다. 법원은 B씨에게 A군을 매월 2차례, 방학 기간 중 1박2일 동안 만날 수 있는 면접교섭권을 부여했다. 하지만 계모와 친부는 아이의 심리가 불안하다는 이유로 2019년 2차례만 만나게 하고, 이후에는 이사까지 가는 등 면접교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게 B씨 설명이다.

이혼 가정에서 한쪽 부모(주 양육자)가 아이와 따로 사는 다른 부모의 면접교섭을 방해하고, 아이가 거부하도록 하는 것을 '부모 따돌림'이라고 한다(4월4일자 6면 보도=[이슈추적] 아동학대 막을 첫 번째 문턱 '면접교섭').

B씨는 이날 오후 인천경찰청 앞에서 '부모따돌림방지협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혼 가정의 면접교섭권에 대해 법원 등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면 아들이 이런 비극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며 "면접교섭 방해와 아동학대로 인한 내 아들과 같은 비극이 두 번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해 달라"고 촉구했다.

법원에서 정한 면접교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처분에 그치고 있다고 부모따돌림방지협회 관계자는 설명했다. 법원에 면접교섭 이행 명령을 신청하더라도 통상 법원의 판단을 받을 때까지 6개월 이상 걸린다고 한다.

부모따돌림방지협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수사기관과 법원은 면접교섭 차단과 부모 따돌림 행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있다"며 "한쪽 부모를 미워하고 두려워하게 하는 면접교섭 거부와 부모 따돌림은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계모 D씨는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친부 C씨는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등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D씨는 지난해 3월9일부터 지난 2월7일까지 11개월 동안 인천 남동구 아파트에서 의붓아들 A군을 반복해서 때리는 등 50차례 학대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C씨는 2021년 4월부터 지난 1월까지 아들 A군을 폭행하는 등 15차례 학대하고, 아내 D씨의 학대를 알고도 방임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주엽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