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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미추홀구 한 주택 외벽에 '전세금'반환을 요구하는 현수막 위로 빨간 신호등이 켜져 있다. /경인일보DB

전세 사기 논란으로 경기도 오피스텔·빌라 전세 거래가 사실상 실종 상태인 가운데(4월27일자 1면='신뢰 무너진 시장' 오피스텔·빌라 전세거래 급감) 아파트는 전세 매물이 줄어들고 일부 지역에선 가격이 오르는 등 수도권 전세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전세 사기 논란으로 신뢰 잃은 시장
작년 12월 대비 건수 28.4% 감소
동탄 등 일부 대장아파트는 값올라
4억5천만원→5억1천만원 손바뀜도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온라인에 집계된 경기도내 아파트 전세 매물 건수는 4만9천794건이다. 2020년 4월부터 현재까지 3년여간 일별 전세 매물이 가장 많았던 지난해 12월 14일(6만9천551건) 대비 28.4%(1만9천757건) 감소한 수치다.

2022년 12월 14일과 비교했을 때 경기도에서 아파트 전세 매물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성남시 중원구였다. 1천632건에서 391건으로 76.1% 급감했다. 최근 오피스텔 전세 사기 피해 문제가 불거진 화성시도 5천709건에서 2천639건으로 아파트 전세 매물이 53.8% 감소했다. 고양시 덕양구도 3천9건에서 1천439건으로 52.2% 줄어들었다. 아파트 전세 매물이 50% 이상 줄어든 곳이 3곳에 달하는 것이다. 이밖에 시흥(-49.7%), 하남(-48.9%), 용인 수지구(-44.5%), 광명(-37.2%) 등에서도 전세 매물 감소세가 보였다.

매물 감소는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거래가 체결돼 매물이 줄어드는 것인 만큼, 전세 사기 논란 이후 오피스텔·빌라 전세 거래 수요는 감소한 반면 아파트 전세 거래 수요는 높아진 점이 매물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 상승세가 다소 완화되면서 한동안 수요가 증가했던 월세 대신 전세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일부 지역에선 매물 감소로 가격 오름세가 나타나고 있다.

전세 매물이 급감한 동탄에선 대장 아파트로 거론되는 단지 위주로 전세 가격이 상승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일 화성 청계동 '더샵센트럴시티' 전용 97.01㎡ 주택이 보증금 5억3천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월 동일면적이 3억8천만~4억5천만원 수준에 전세 계약이 성사됐었던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8천만원 이상 전세가가 오른 셈이다. 인근 '동탄역 시범한화 꿈에그린 프레스티지' 전용 101.4㎡는 지난 3월 보증금 4억5천만원에 거래되다 이달 들어선 5억원, 5억1천만원에 손바뀜하기도 했다. 입주장이 열린 과천지식정보타운 인근 단지에서도 최근 임대인이 전세 호가를 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지역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24일 기준으로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성남 수정구, 하남시 역시 위례·미사지구 중심으로 전세 가격이 각각 0.13%, 0.07% 상승했다.
전세대란 대혼란 우려… '하락장 끝' 신호일까
지금의 아파트 전세 가격 상승 추세가 확대되면 아파트 전세 대란으로도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피스텔·빌라 시장의 전세 사기 논란에 더해, 아파트는 전세 대란이 불거지면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다만 아파트 전세 가격 상승이 매매 가격을 끌어올리는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부동산 업계에선 하락장이 끝나고 있다는 시그널로도 해석하고 있다.

윤기원 과천대장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아파트 선호 현상에 지역마다 '리딩 단지'를 필두로 전세 매물이 감소하고 있다. 이런 온기가 곧 리딩 단지 인근으로 퍼지는 등 상승 전환이 멀지 않은 분위기"라고 했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