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소나무 숲 대신 공장 굴뚝과 판잣집들만 빼곡히 들어찬 공장 지대가 되었다."
①교외화 ②기계화 ③산업화 ④정보화 ⑤지역분화
굴뚝이 있는 공장에 기계가 있는 것이 당연하니 ②도 답인 것 같고, ③도 답인듯하다. 특정 지역을 아우르는 설명인 것 같아 ⑤도 답으로 고르고 싶다.
김중미의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 도입부를 인용한 문제다. 실제 고교 2학년 한 사회과목 교재에 실려있다고 한다. 최근 강화의 한 책방에서 열린 '느티나무 수호대'(돌베개 刊) '북토크'에서 김중미 작가가 직접 소개했다. 며칠 전 자신이 돌보는 공부방 아이들이 "큰이모가 정말 저런 의도로 문장을 썼냐?"고 물어왔단다.
다들 비슷한 생각이 들었는지 '북토크'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북토크에 찾아온 다른 유명 작가는 "이 문제야말로 문제"라고 말하며 웃었다.
김 작가가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직업이 논술교사인 한 손님의 질문 때문이다. 작품이 작가 의도나 주제와 다르게 시험 문제에 인용되는 경우가 있는데, 학생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작가의 생각이 궁금하다고 했다. 작가는 "문학 작품이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되는 것은 당연하다. 자유롭게 접근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답했지만, 원하는 답이 아니었는지 질문한 논술교사의 표정은 어두워 보였다. 작가는 "나도 그런 경우 난감하다"며 "문제집에는 이렇게 답이 나오지만 이모가 다 동의하지는 않는다는 식으로 설명하곤 한다"고 솔루션을 줬다.
이날의 장면이 한동안 떠올랐다. 작품을 쓴 작가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도 힘들어하는 '문제'의 답을 반드시 찾아내야 하는 아이들이 더 괴로울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니 마음이 편치 않고, 딱히 답도 떠오르지 않는다. 참 김중미 작가는 문제의 답을 맞혔을까. 한참이 지나고 넌지시 물었더니 '아예 풀지 않았네요. ㅎㅎ'라는 답장이 왔다.
/김성호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