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왕갈비는 뼈대가 크고 살이 실했다. 곡반정동 우시장에서 가져오는 최상급 한우 갈비에 맛깔난 양념을 입혔다. 자타공인 원조는 1945년 해방둥이 '화춘옥'이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팔달문 인근 영동시장에 터를 잡았는데, 점심·저녁엔 줄을 섰다고 한다. 해장국, 갈비탕, 설렁탕을 함께 팔았다. 1960~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이 경기도청 순시나 지방 출장길에 들르면서 전국구가 됐다. 창업주 손자가 3대째 가업을 잇는 중이다.
1980년대 우시장이 폐장하면서 점차 수입산으로 대체됐다. 대신 갈빗대가 더 커지고, 양이 늘면서 이름대로 왕갈비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우만동 '본수원갈비' 본점은 갈비 1인분이 450g이나 된다. 어지간한 성인 남자도 포만감을 느낄만한 양이다. 200~250g짜리만 받아본 외지인들은 다들 놀란 표정을 한다. '가보정', '신라갈비', '삼부자갈비' 등 관내 대형업소들도 대동소이하다. 감칠맛 양념이 배어든 독창적 비법에, 배를 두드리게 하는 후한 인심이 더해져 외국인 손님들도 엄지 척이다.
수원 왕갈비 인심이 사나워졌다. 가보정의 한우 생갈비(1인분 250g)는 9만7천원이다. 신라갈비는 한우 생갈비(250g)를 8만7천원, 양념갈비(270g)는 6만7천원에 판다. 재료·인건비가 워낙 올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1인당 10만원은 가져야 하는 부담에 서민들이 자주 찾기는 어렵게 됐다.
일부 업소는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식사시간까지 제한하고 나섰다. 테이블당 이용시간을 1시간 40분에서 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적용시간대 역시 평일 저녁뿐만 아니라 주말까지 이어지는 추세다. 해당 업소는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독립된 방에 한해 시간을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한 팀이라도 더 받으려고 손님들에게 '카운트다운'을 강요한다"는 볼멘소리가 커진다.
"망하지 않고 살아남은 노포(老鋪)들의 위대한 장사 내공은 기세(氣勢), 일품(一品), 지속(持續)으로 요약된다". 박찬일 셰프의 '노포(老鋪)의 장사법'이란 책에서다. 여기에 덤을 내어주는 인심은 변치 않는 경쟁력이다. '장사는 돈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게 아니더라도 시간 제한은 야속한 처사다. 비싸진 수원 왕갈비, 마음 씀씀이라도 넉넉해야 한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