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인천 서구 청라동 한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 2개소가 부서진 채 발견됐다. 이 길고양이 급식소는 해당 아파트 '캣맘'이 단지 내에 돌아다니는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려고 마련한 것이다.
캣맘은 부서진 길고양이 급식소들을 다시 설치했지만, 누군가 계속해서 부쉈다고 한다.
캣맘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길고양이 급식소를 쇠파이프 등으로 파손한 중학생 A(14)군을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붙잡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조사에서 A군은 "길고양이뿐 아니라 이들을 돌보는 캣맘들이 싫어서 급식소를 부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 주민 "생태계 교란" 목청
캣맘들 "위생적" 곳곳 신경전
"지자체, 공론의 장 마련해야"
길고양이 급식소를 놓고 주민 간에 얼굴을 붉히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인천 부평구 등 지자체가 나서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하는 지역에선 갈등의 골이 더 깊을 수밖에 없다.
길고양이들을 들끓게 하는 급식소를 반대한다는 부평구 주민 이모(27)씨는 "길고양이들은 반려동물이 아니라서 밥을 주는 것은 오히려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행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정된 장소에서 먹이를 주는 것이 위생적이라며 길고양이 급식소를 찬성하는 서구 주민 이모(42·여)씨는 "길고양이 급식소를 잘 관리하면 몰려드는 길고양이들의 중성화 수술도 수월해 개체 수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과 경기 등은 길고양이 급식소로 빚어진 주민 간 갈등을 해결하고, 개체 수 조절 등을 위해 지난 2021년 동물보호 조례를 개정했다.
지자체장이 지정된 공원에 급식소를 설치해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경기도 동물복지과 관계자는 "길고양이 급식소를 관리하는 주민에게 일지를 작성하도록 해 급식소 주변이 청결하게 유지되는 편"이라며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주민들 의견도 존중해야 해서 관련 민원이 계속 들어오면 급식소 장소를 바꾸거나 철거하는 등 상황에 맞게 대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건일 서울YMCA이웃분쟁조정센터장은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졌으나 주민 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을 한자리에 모아 정기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지자체가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수진기자 we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