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가 쫓겨날 처지에 놓였던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 한 피해자(4월20일자 5면 보도=[현장르포] 전세사기 후폭풍…인천지법 입찰법정 '망연자실')가 낙찰자 배려로 한숨을 돌렸다.
30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세사기 피해자 A(42·여)씨의 아파트 전셋집을 낙찰받았던 B(46)씨가 지난 28일 인천지방법원 경매계에 낙찰 취소 의사를 밝히며 '매각허가결정취소 신청서'를 제출했다.
B씨는 사무실 용도로 쓰기 위해 경매에 나온 A씨의 전셋집을 낙찰받았다. 그는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집이 사무실이 아닌 주거 용도로 쓰여 왔고, 더군다나 속칭 '건축왕' 남모(61)씨의 전세사기 사건 피해 가구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낙찰 취소를 결심한 이유다.
인천지법에 매각허가결정취소 신청
세입자 "거취 마련 시간 벌어" 안도
A씨가 사는 아파트는 주택과 사무실이 혼합된 근린생활시설이다. 그중 A씨의 집은 주택이 아닌 사무실 용도로만 써야 하는 시설인데, 이 집의 실제 임대인이자 미추홀구 일대에서 전세사기 행각을 벌여 구속된 건축주 남씨가 불법 증축해 세입자를 받았던 것이다.
B씨는 "전세사기를 당한 주택인 걸 알았다면 경매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법원에 낙찰 취소 의사를 밝혔고, 5월3일 취소 결정이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셋집이 낙찰돼 막막했던 A씨는 "낙찰자 배려로 거처 마련 등을 위한 시간을 벌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운이 좋은 경우다. 이 사례처럼 불법 증축 등의 낙찰 취소 사유가 아니라면 낙찰가의 10%에 해당하는 '매수신청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또 경매에 나온 부동산이 전세사기 피해 주택임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어 선의의 낙찰 취소를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경매에서도 한 낙찰자가 뒤늦게 낙찰 취소 의사를 밝혔지만, 매수신청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고 하자 끝내 낙찰을 취소하지 못했다.
불법 증축 사유 보증금 환급 가능
타 경매 사례 '선의' 기대기 어려워
더불어민주당 허종식(인천 동구·미추홀구갑)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국토교통부 지원책으로는 전세사기 피해를 세심하게 지원하기엔 한계가 있다. 법무부에서 법원의 경매 사무에 지시를 내리는 등 범정부 차원에서 대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지난 28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발의된 정부의 전세사기 특별법안에 대해 "피해자들이 요구해 온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이 빠졌고, 지원 대상이 되는 피해자 범위를 협소하고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다"며 "문제 해결도, 피해자 요구도 반영되지 않은 특별법안을 차라리 폐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별법 지원 대상은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 주택에 대한 경·공매 진행 ▲면적·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 임차주택 ▲수사 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다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보증금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 등 6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임차인이다.
/ 변민철·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