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전 11시 '새얼역사기행'의 마지막 답사 장소로 찾아간 전남 신안군 암태면 단고리 '암태도소작인항쟁기념탑' 일대에는 비가 내렸다. 50여명의 새얼역사기행 참가자들은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의 제안에 따라 잠시 우산을 접고 추모비 앞에서 함께 묵념했다.
지 이사장은 "일제 강점기 대표적 항일농민운동인 암태도 소작쟁의 100주년을 맞는 해여서 이번 답사의 마지막 순서로 찾아오게 됐다"면서 "또 기념탑에는 소작쟁의를 잊지 않고 기리기 위해 기념탑을 건립하는 데 힘을 보태고 고생하신 이들의 이름 또한 새겨져 있는데, 이분들의 노력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일제시대 수탈 지주에 저항 역사 기린
'암태도소작인항쟁기념탑' 찾아 묵념
새얼문화재단 주최로 4년 만에 재개된 제35회 새얼역사기행 3일 동안의 일정이 마무리됐다. 특히 암태도소작인항쟁기념탑 앞에서의 추모는 이번 일정에서 가장 중요한 순서였다고 한다. 팬데믹 이전인 지난 2019년 34회 새얼역사기행 때도 이곳을 찾았지만, 올해는 항쟁 100주년을 맞는 특별한 해여서 답사 일정에 다시 포함됐다.
역사기행 참석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곳에서 잠시 해설을 맡은 전성원 황해문화 편집장은 "이번 기행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장소"라며 "빈곤과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는 이 시대에 100년 전 농민항쟁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고 설명했다.
■ 항일농민운동의 효시
암태도 소작쟁의는 전남 신안군 암태도 소작농민이 지주 문재철과 그를 감싸는 일제에 대항해 1923년 8월부터 1924년 8월까지 자발적으로 벌인 농민항쟁이다. 우리나라 소작쟁의의 효시이자 일제강점기 대표적 항일농민운동으로 평가받는다.
지주 문재철은 암태도 수곡리 출신으로 일제의 식민지 수탈 정책에 편승해 토지 소유를 확대한 전형적인 '식민성 지주'였다. 문재철은 마름 감독 아래 농지를 경영했는데, 1920년대 일제의 저미가 정책으로 수익이 줄자 소작료를 높여 손실을 보충하려 했고 수익의 7할에서 8할을 소작료로 거두려 했다.
이에 암태도 소작농민은 1923년 8월 추수기를 앞두고 소작료를 4할로 인하할 것을 요구했다. 서태석(1885~1943) 주도로 조직된 암태소작회가 그 중심에서 싸웠다.
암태소작회는 '불납동맹'을 체결해 쟁의에 돌입했고, 지주는 소작회의 요구를 거부하고 소작료 개별 강제 징수에 나서고 목포경찰서는 경찰대를 동원해 농민을 위협했다. 소작인회도 자체 순찰대를 조직해 지주의 강압에 무력으로 대항하며 1924년 봄까지 소작료 납부를 거부하는 싸움을 이어갔다.
소작회가 언론, 노동·사회단체에 지원을 호소했지만 목포경찰서는 소작회 간부와 50여명의 소작인을 체포·구속하면서 탄압했다. 암태소작회·암태청년회·암태부녀회 등은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철야로 시위와 농성을 벌였다.
이후 600여명의 소작 농민이 단식투쟁을 전개하는 일도 있었다. 전국적인 지원도 있었고 결국 전국에 쟁의 확산을 우려한 일제 경찰은 중재에 나섰고 소작인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며 소작 쟁의는 승리로 일단락됐다.
■ 1천4개의 섬 품은 신안의 매력
새얼역사기행은 지난 27일 시작해 29일까지 2박3일 동안 진행됐다. 전남 영광 '백제불교최초도래지'와 내산서원, 불갑사 등에 이어 전남 신안의 태평염전, 태평염생식물원, 소금박물관, 문준경 전도사 순교기념관, 우봉 조희룡 미술관, '1004뮤지엄파크' 등을 답사했다.
희귀해진 대규모 운영 '태평염전' 방문
섬 매력 한 곳에 '1004뮤지엄 파크'도
신안에서의 일정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섬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반도 최서남단에 있는 신안군에는 1천25개의 섬이 있는데, 76곳이 유인도, 무인도가 949개라고 한다.
이 중 풀과 나무가 자라는 1천4개의 섬을 일명 '천사섬'으로 부른다. 인천에서는 대부분 사라진 대규모 염전을 증도 태평염전에서 두 눈으로 실제 확인하는 경험은 특별했다.
특히 '1004뮤지엄 파크'는 각 섬이 품은 매력을 한 곳에서 느껴볼 수 있는 장소로 인상적이었다. '1004 뮤지엄파크'는 1004섬 수석미술관과 수석정원, 세계조개박물관, 신안새우란전시관, 신안자생식물연구센터, 바다휴양숲공원 등으로 이뤄진 섬 테마파크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