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관동갤러리에서 최근 개막한 김상덕의 사진전 '태양의 파편' 전시에서는 인류가 사진술에 익숙해지기 이전인 100여년 전의 방식으로 촬영한 사진을 만날 수 있다.
김상덕 작가는 '콜로디온 습판'이라 불리는 방식으로 피사체를 포착해낸다. 이 방법은 1851년 영국의 사진가이자 조각가인 프레데릭 아처가 고안했다.
쉽게 설명하면 얇은 철판이나 유리판에 빛에 반응하는 액체를 바르고, 이 액체가 마르기 전에 사진기에 넣고 촬영을 진행한다. 촬영을 마치고 나면 이 판을 꺼내서 더 이상 빛에 반응하지 않도록 약품으로 닦아 말리면 된다. 얇은 철판이나 유리판이 필름이면서 동시에 인화지 역할을 하기 때문에, 폴라로이드 사진기로 촬영한 사진처럼 복제가 불가능한 세상에 단 하나의 사진이 된다.
김상덕 '몸'에서 느껴진 감정 포착
100년전 방식으로 촬영 작품 전시
콜로디온 방식은 빛에 반응하는 정도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네거티브 필름의 100분 1보다 더 작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일반 사진기로 0.01초 정도로 촬영했다면 이 방식으로는 빛을 쏘이는 시간을 100배 이상 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짧게는 수분에서 길게는 수십분까지 오랜 시간 빛에 노출해야 원하는 상(像)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독특한 느낌을 준다. 온도와 습도, 감광액의 두께 등 촬영 조건이 매번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피사체를 찍어도 절대로 이전과 꼭 같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김상덕 작가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사진 재료는 사람의 '몸'이다.
작가는 인간의 몸을 바위나 나무, 꽃을 바라보는 것과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바라본다. 길가의 흙, 돌, 바람, 꽃에서 느껴지는 것들이 인간의 몸에서도 느껴진다고 한다. 또 다양한 삶을 영위하는 각자 삶의 도구로서의 '몸'을 표현했다. 눈에 보이는 것뿐 아니라 몸에서 느껴지는 여러 감정도 이번 작업에 함께 포착해 내려 했다.
요즘과 같은 시대에 이러한 작업 방식을 택하는 이유에 대해 작가는 "고전적인 방식의 인화기법은 '디테일'을 죽이고, 우연적으로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내는데, 이 변화가 몸의 형태감과 굴곡 움직임 등을 강조하게 만든다"면서 "예를 들면 땅속에서 막 뽑은, 흙이 잔뜩 묻은 무처럼 인체를 자연의 일부분으로 표현하는 데 가장 적합한 표현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콜로디온 방식뿐 아니라 '검프린트', '알부민' 등의 기법으로 제작된 사진도 함께 전시된다. 검프린트는 고무용액이 많이 들어가 수묵화 느낌의 사진이고 알부민은 달걀흰자를 사용해 만든 사진으로 빛바랜 사진처럼 노란빛을 띠는 특징이 있다.
이번 전시는 6월 11일까지 금·토·일요일마다 이어진다. 오는 6일 오후 2시에는 작가의 작품 세계와 작업 방식에 대한 설명을 듣는 자리도 마련된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