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A(12)양은 2년 전 갑작스럽게 '1형 당뇨' 진단을 받았다.
별다른 생각 없이 즐겨 먹던 간식 하나도 이제는 가려 먹어야 하고, 5분마다 계속해서 변하는 혈당 수치 때문에 몸에 측정기도 달고 지낸다.
반친구 놀림감 투병사실 공개 고충
보건교사 인슐린 투여 등 요구 꺼려
근거리 배정·혈당관리 물품 비치 필요
학부모들, 인천시의회에 조례 제정 요청
1형 당뇨는 체내 인슐린을 생성하는 세포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파괴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자가면역질환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당뇨병'이라고 불리는 '2형 당뇨'가 식단 불균형이나 잘못된 생활 습관 등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1형 당뇨는 완전히 다른 질환이다.
1형 당뇨는 혈당 수치에 맞춰 수시로 인슐린을 투여하며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부모 등 보호자가 아이 옆을 지키며 하루 4~10차례 인슐린 주사를 놓아주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A양은 몸에 연속혈당측정기, 인공췌장시스템(APS)과 연동된 인슐린자동주입기 등을 부착하고 생활한다. 또 끼니마다 영양소(탄수화물 비율 등)와 식재료 무게 등을 세밀히 계산한 식단으로 혈당 흐름을 고려하며 식사하고 있다.
■ '1형 당뇨' 학생 배려 부족한 학교
A양 가족은 당장 딸아이의 학교생활이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등교한 아이의 혈당 수치를 실시간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몸에 부착한 연속혈당측정기가 수치를 인식하고 이를 보호자에게도 전송하려면 A양이 스마트폰을 항상 몸 가까이 둬야 한다. 학생들은 수업이나 시험 중에 휴대폰을 교사에게 맡기기 때문에 A양 부모는 딸아이가 항상 스마트폰을 지닐 수 있게 학교 측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A양 아버지 B(50)씨는 "담임교사가 딸아이만 휴대폰을 내지 않는 이유를 다른 학생들에게 이해시켜야 하니 그냥 투병 사실을 공개하라는 식으로 말해 억장이 무너졌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당뇨는 단 음식을 많이 먹어서 생긴 병'이라는 오해로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고, 심한 경우 전학을 간 가족도 봐왔던 터라 B씨는 병명을 공개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해 달라고 학교 측에 사정해야 했다.
이는 A양 가족만의 고충이 아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는 점심시간마다 학교로 가서 아이의 식단을 직접 챙겨야 한다.
저학년일수록 보호자의 손길이 많이 필요해 아예 직장을 그만두는 가정도 있다. 학교 보건교사에게 인슐린 투여를 부탁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혹여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학교 측에선 이런 요구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한다.
B씨는 "인천시교육청 차원의 지침이 없어 스마트폰·전자기기 사용이나 급식 관리 등을 위해 부모들이 매번 학교에 사정해야 하는 처지"라며 "선진국이나 일부 타 시·도와 달리 인천에는 1형 당뇨 가족을 지원하는 제도(조례 등)가 없다. 경제적 부담도 큰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 타 시·도에선 '1형 당뇨' 학생 돌봄 나서는데…
경기도의회는 1형 당뇨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이고, 경북도교육청은 2021년부터 보건교사와 희망 교직원을 대상으로 '1형 당뇨 학생 관리역량 강화 연수'를 실시 중이다.
서울 강동구청은 2021년 제정된 조례를 근거로 1형 당뇨 환자가 인슐린자동주입기, 연속혈당측정기 등 필요 기기를 구매하면 본인부담금 10%를 지원하고 있다.
인천에 사는 1형 당뇨 가족들의 간절한 바람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함께 목소리를 내기로 뜻을 모은 1형 당뇨 가정 부모들은 ▲상급학교 진학 시 근거리 배정 ▲학교 보건실 내 혈당 관리 물품 비치 ▲시험·평가 중 의료·전자기기 사용 가능 방안 모색 등의 내용이 담긴 조례를 제정해 달라고 인천시의회에 요청할 계획이다.
또 학기 초마다 담임교사, 보건·영양교사, 체육교사가 반드시 부모와 상담하는 자리를 갖고, 각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함께 의논하도록 인천시교육청의 배려를 원하고 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