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에 대한 봉쇄 강화되면
중국은 한국관계 개선 힘들어
의도적 제재땐 더 악화할 수도
북방외교, 인도-태평양 전략과
연결되려면 새로운 방향설정 필요
작년은 1992년 냉전을 초월한 한국 북방외교의 종착역이었던 한중수교를 체결한 지 30주년이 된 해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영향도 있었겠지만, 중국은 국내 정치상황이나 국제 환경 속에서 이러한 중요한 외교적 기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간단히 말하면 세계정치를 하는 미국과 동아시아 정치를 하는 중국의 정치행태의 차이와 그 세련됨과 구체적인 합목적성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미관계가 민주주의 가치관을 기초로 공동으로 북한에 대적해야 하는 한국의 요구에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인 대중국 봉쇄전략이 합목적성으로 연결된다면, 한·중관계에서 중국은 한반도의 한국과 북한이라는 '2개의 한국 전략'을 고사하며 과거 한국전쟁을 '항미원조'라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미국에 대한 전략적 틀을 벗어나지 못한 대외전략에서 유연성이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한반도 내 '사드 설치'와 이와 관련된 중국의 경제·문화적 보복으로 양국관계가 악화하였던 상황에서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한국 새 정부와 강한 유대를 만들 기회를 상실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세계정치를 하는 미국과 동아시아 정치를 하는 중국의 외교력과 그 전략적 세련됨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또한 국내 정치에서 이러한 외교적 동력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미국과 달리 국내 정치 환경을 우선으로 대외관계를 처리하는 중국외교의 한계적 차이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국인의 미국에 대한 사고와 행위는 가까이 있는 이웃 중국보다 먼 친척인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다시 한·중관계가 좋아지기는 힘들지 않나 한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봉쇄가 강화되면 중국은 대 한국 관계를 개선하려 해도 한계가 있을 것이고, 설령 본의가 아니더라도 한국 측에서 중국의 의도적 전략이라고 생각되는 제재가 나오는 경우 한·중관계는 더 악화할 수 있다. 물론, 한국 정부나 한국인이 중국에 대해 악의적 사고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교적 문제에서 한국이 미국과 중국을 비교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이 시기는 고 노태우 대통령이 원하던 북방외교가 작금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연결되기 위해 한·중관계의 새로운 방향설정도 필요할 것이고 중국의 한국에 대한 전략적 인식변화가 있어야 하는 시기다.
/김진호 단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