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에 갈 필요가 있는가?'라는 설문결과가 눈길을 끈다. 지난 4월 초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6%가 '대학은 가치가 없다'는 항목에 동의했다. 18∼34세 청년 응답자들의 동의비율은 더 높았다. 2013년 CNBC가 같은 조사를 했을 때의 '없다'는 답변 40%보다 엄청 높은 것이다.
4년제 학사 학위를 취득하는데 투자된 시간에 비해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미국 대학 등록금은 2배 이상 올랐다. 등록금이 매년 약 7%씩 지속적으로 인상된 탓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의 추산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현재 학자금 대출 총액은 1조7천500달러(약 2천400조원)로 대학졸업자 1인당 평균 부채가 3만7천달러(5천200만원)에 이른다.
1인당 공교육비 2019년 기준 OECD '하위'
등록금 15년째 동결 대학들 살림살이 '허덕'
한국에서도 대학진학률이 떨어지고 있다. 2007년에 82.8%로 정점을 찍은 이후 조금씩 줄다가 지난해에는 73.3%로 추락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대학진학률은 여전히 세계 최고다. 선진국(OECD)의 평균 대학진학률은 44%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2019년 기준 1만1천287달러로 OECD 36개국 가운데 30위로 바닥 수준이다. 2011년에는 32개국 중에서 22위였다.
공교육비란 정부재원과 민간재원을 합한 수치이다. 한국의 공교육비 지출 규모 순위가 떨어진 원인은 공교육비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재원인 등록금 동결로 크게 줄어든 반면에 정부재원은 그만큼 늘지 않은 때문이다. 대학 등록금이 2009년부터 15년째 동결된 것이 결정적이다. 2009년 3월 대비 2023년 3월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92%였음을 고려하면 대학의 살림살이가 어떨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2009년 대비 미국 대학 등록금이 2배 가까이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필자가 확인한 '인 서울' 모 사립대학의 임용 6년차이자 30대 후반의 정년트랙 교수의 세후(稅後) 한 달 월급은 300만원이 안됐다. 세 식구의 가장인 데다 외벌이라 스트레스가 크다고 답했다. 더욱 딱한 것은 교내에 실험할 장비가 부족해서 종종 선배가 근무하는 다른 대학에서 실험하곤 한단다. 학생지도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평가에서 한국 대학교육의 경쟁력은 63개국 중 46위로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27위)에도 한참 못 미쳤다.
전국의 4년제 사립대 157곳 중 120곳이 적자에 허덕인다. 지방사립대의 재정난은 훨씬 심각하다. 학령인구 감소로 16년 만에 신입생 최악 미달사태까지 겹쳤다. 우리나라 전체 4년제 대학의 79%를 사학법인들이 운영하고 있다. 갈수록 대학교육의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등록금 동결 여파로 국공립 대학들의 형편도 좋지 못하다.
실험 장비도 부족… 사립대 교수월급 열악
'교육, 불평등 극복 가장 강력한 수단' 알아야
우리나라의 소득분배구조가 점차 악화되고 있다. 세계불평등연구소가 2007년부터 2021년까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 비교 가능한 30개국 중에서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소득불평등이 심화되었다. 경제적 양극화 심화는 사회 안정을 해치는 최대의 암 덩어리로 시정되어야 하지만 정부가 정책적으로 분배구조 악화를 바로 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교육이야말로 불평등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수단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르마티아 센은 사람들이 보람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기회를 누리려면 교육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대부분의 부(富)는 지식에서 만들어지고 가장 이득을 보는 계층은 지식노동자들이다.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나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상징적이다. 미국 대학들의 탁월한 경쟁력은 철저한 자율경영에서 나온다. 21세기 한국의 국운(國運)은 대학 경쟁력에 달려있다.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