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정으로 '어거지'로 살아왔습니다." 경인일보 기자가 어린이날을 앞두고 시흥 정왕1동에서 만난 4남매 어머니 A(40대)씨는 "한 공간에서 아이들이 다 같이 발 뻗고 누울 공간도 없고 방구석이며 천장, 복도 어디든 곰팡이와 바퀴벌레가 안 나오는 곳이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A씨 가족은 8년 전까지는 30㎡(9평) 원룸에, 작년까지는 40㎡(12평) 투룸에 살다가 최근에서야 복지혜택을 받아 주거지를 이전했습니다. 전에 살던 집은 기본적인 환기도 제대로 안 되니 아이들이 감기를 달고 살았으며, 피부 습진도 자주 일어났다고 합니다.
큰애는 사춘기로 예민할 시기인데 휴대폰 진동 소리까지 옆집으로 샐 정도여서 스트레스에 아직도 성격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A씨가 살던 빌라는 5가구로 건축 허가를 받은 뒤, 가구 내 임시로 벽을 세우는 등의 '불법 쪼개기' 수법으로 최대 20가구까지 늘린 곳이었습니다. 시흥, 안산 등 경기도 내 일부 지역에는 이런 환경에서 공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대안학교와 복지기관을 전전하는 외국인 아이들만 6만여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원룸·개축한 반지하 노래방 거주
성장기 아이들 부적합 환경 노출
전문가 "정책적 제도 개선 선행을"
앞서 지난 3월 27일 새벽, 안산 단원구에서 빌라 화재로 나이지리아 국적의 일가족 7명 중 만 4살부터 11살 사이의 네 남매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화재 원인은 '멀티탭' 과열이었으며, 이 주택은 지은 지 30년 가까이 된 건물이었습니다. 조사결과 내부엔 소화기나 화재경보기 등 주택용 소방시설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사고로 국내 거주 외국인에 대한 화재안전대책과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달라진 건 없습니다. 안산의 한 지역복지센터에 접수된 사례를 보면 칸막이도 없이 원룸에 거주하거나, 반지하 노래방을 고쳐 가정집으로 활용하는 등 외국인 가정의 주거실태가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외국인 아동들은 갈수록 느는데 성장기에 부적합한 환경에 노출돼 있는가 하면 법적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지하나 옥탑 등에 거주하는 등 '주거빈곤' 대상이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기 위해선 정책적으로 우선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화성·안산시, 어린이집 비용 지원
이달부터 화성시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외국인 주민의 자녀도 내국인 원아와 동등하게 월 10만원씩 보육료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안산시 역시 지난 2월부터 90일 넘게 시에 거주하고 관내 어린이집에 재원 중인 만 0~5세 외국인 가정의 아동을 대상으로, 지원금액은 반별 나이에 따라 시간당 1천~3천원을 차등 지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외국인 아동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안은 무엇일지 함께 고민해 봅시다.
/이상훈기자 sh2018@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