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ght hours for work. Eight hours for rest. Eight hours for what we will'.(8시간은 노동을, 8시간은 휴식을, 8시간은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137년 전 열악한 현실을 바꾸려는 노동자의 노래가 오늘날 한국 노동자들의 바람과 다르지 않음에 묘한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 사회는 노동자가 괜찮은 소득을 얻기 위한 문턱이 너무 높다. 대학을 꼭 나와야 하고,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들어가야 하며, 어지간해선 아이를 갖지 말아야 하고, 아파서도 안 되며, 장시간 노동에도 기꺼이 응해야 한다. 그 결과 한국의 노동자들은 경제성장에 한참 못 미치는 삶을 산다. 노동의 질을 반영하는 직무 만족도를 국제 비교하면 한국은 성장 단계가 낮은 동유럽 국가들과 닮아있다.
우선 한국의 노동자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만족도 불만도 아닌 상태가 가장 많다. 5점 척도의 조사에서 이도 저도 아닌 보통을 답하는 이들이 46.6%에 달한다. '매우 불만족'과 '불만족'을 더한 불만족은 13.8%이다.
덴마크·네덜란드·스웨덴 등
학력 따른 직무만족도 상식 깨
고등교육과 무관한 일자리 의미
한국처럼 중간 답변이 많은 것은 경제성장이 더딘 비 OECD 동유럽 국가의 특성이다. 0~10까지의 11점 척도에서 가운데 점수에 해당하는 5점이 많이 나온다. 이들 나라가 미진한 성장으로 괜찮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면, 한국은 높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일자리가 부족하기에 중간치 응답이 많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학력에 따른 직무 만족도를 보면 우리의 상식을 깨는 양상이 나타난다. 일단 한국과 유럽 전체에서 교육 수준이 올라갈 때 일에 대한 만족감도 상승한다. 한국의 경우 '매우 만족'과 '만족'을 더한 만족에서 초졸 이하, 중졸, 고졸, 대졸 이상이 각각 29.5%, 25.2%, 31.7%, 46%를 기록한다. 유럽의 경우 (대체로 만족에 해당하는) 7점 이상의 비율에서 중졸 이하, 고졸, 대졸 이상이 각각 64.5%, 66.9%, 69.2%이다.
유럽을 국가별로 보면 학력에 따른 만족도가 역전되거나 거의 같은 나라들이 등장한다. 덴마크는 중졸 이하의 7점 이상 비율이 가장 높아 81.1%이고 대졸 이상 78.5%, 고졸 76.3%이다. 네덜란드는 고졸이 가장 높아 84.9%이고 중졸 이하는 82.8%, 대졸은 81.4%로 큰 차이는 아니지만 대졸이 가장 낮다. 오스트리아도 마찬가지로 중졸 이하, 고졸, 대졸 이상의 7점 이상 비율이 각각 70%, 67.4%, 66.8%로 대졸이 가장 낮다. 스웨덴은 72.5%, 72.3%, 72.7%로 사실상 동일하다.
한국에선 고졸 급여 가파르고
대졸 소폭 상승한다면 동의할까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선 부정적 의미이다.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저숙련 일자리에 취직하며 대졸자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이는 이탈리아나 포르투갈이 잘 보여준다. 이탈리아는 중졸 이하, 고졸, 대졸 이상의 7점 이상 비율이 64.2%, 63.1%, 61%로 역전돼 있고 포르투갈도 71.6%, 68.3%, 65.3%로 마찬가지다.
다음으로 긍정적 의미를 생각하면 노동시간과 급여 등이 양호한 일자리가 대학을 나오지 않은 이들에게도 많이 열려 있다는 점이다.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 등은 노동자 전체의 직무 만족도가 높은 가운데 학력별 그것이 소폭 역전돼 있거나 동일하다. 대학 졸업장이 필요 없는 괜찮은 일자리가 많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고졸의 전반적인 급여 수준이 대졸보다 높다는 게 아니라 고등교육을 받지 않았음을 고려할 때 충분히 괜찮은 일자리라는 의미이다.
한 가지 의문이 생겨난다. 한국에선 저학력 일자리의 처우 개선에 모두가 동의한다. 그런데 고졸 노동자가 대졸 노동자만큼 만족하며 사는 것에 대해서도 그러할까? 동의한다고 해도 이를 위해 고졸 일자리의 급여는 가파르게 오르고 대졸 일자리의 급여는 그보다 적게 올라야 한다면 한국인들은 과연 동의할까? 한국이 이렇게 된 이유가 이 질문의 답이다.
/장제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