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서해·호남지역의 잉여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방안을 추진한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등으로 수도권 전력 수요가 향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지만, 한전의 재정난이 관건이다.
8일 한전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36년까지 15년 동안 전력 수급 전망과 송·변전 설비 확충 기준을 마련한 '제10차 장기 송변전 설비 계획'이 최종 확정됐다.
해당 계획에 따라 한전은 56조5천억원을 송·변전 설비에 투자하는 한편 서해·호남지역의 잉여 발전력을 수도권으로 송전하기 위한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간망을 구축한다. 원전·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전원의 전력계통 연계엔 34조5천억원, 국가첨단전략산업과 수도권 3기 신도시 사업 등에 대한 신규 전력 공급엔 22조원을 투입한다.
서해·호남 잉여전력 활용망 구축
56조 규모 송·변전 설비투자 확정
이 중 기간망 구축은 지역 간 전력 불균형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된다. 서해와 호남지역은 태양광 설비 및 한빛 1·2호기 등 원전의 수명 연장 등으로 발전량이 비교적 충분하지만 수도권은 반도체 산업체와 데이터센터(IDC)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전력 부족 현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불균형 자체도 문제이지만, 이런 전력 불균형이 자칫 대정전을 초래할 수 있는 점도 기간망 구축 결정의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력은 수요보다 공급이 적거나, 반대로 수요가 적은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과도한 공급이 이뤄질 때 대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전은 서해안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간망을 통해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원활한 설비 투자의 관건은 한전의 경영 정상화다. 한전은 지난해 32조6천억원의 영업 손실을 봤고, 현재 하루 지출 이자는 38억원에 달한다. 올 상반기도 10조원 안팎의 적자가 날 예정이다. 더군다나 이번 제10차 계획엔 지난 3월 발표된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송·변전 설비투자 비용이 반영되지 않아 향후 비용은 계획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전기세 인상' 불가피 지적 나와
한전 "2027년 경영 정상화 할것"
이를 위해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은 지난 1~2월 ㎾h당 165.6원에 전기를 사서 149.7원에 팔아 15.9원꼴의 손실을 봤다. 올 1분기에 전기요금을 ㎾h당 13.1원 인상했지만, 전기요금 현실화를 위해선 올해 ㎾h당 38.5원을 더 올려야 한다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한전 관계자는 "2026년까지 전기요금을 단계적으로 현실화하고 2027년 경영 정상화를 달성해 송·변전 설비투자를 차질 없이 이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도 "한전의 적자로 지난 2년 동안 송·변전 설비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전기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정확한 현실을 알리고 전기 요금을 인상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