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의 귀요미 '푸바오(福寶)'는 2020년 7월 대한민국에서 처음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판다다. 푸바오는 '행복을 주는 보물'이란 뜻. 성장 과정이 유튜브로 중계돼 에버랜드 동물 중 인기가 가장 높다고 한다. 할아버지로 불리는 강철원 사육사와 몸싸움을 하면서 티격태격하는 동영상이 정겹다. 할아버지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지며 놀아달라고 조르는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조회 수가 급증했다. 누적 뷰어 수 1억을 돌파했다.
지난달 16일은 푸바오가 태어난 지 1천일 째 되는 날. 푸바오를 위한 깜짝 이벤트가 마련됐다. 대나무 평상 잔칫상엔 특별히 공수한 죽순과 당근, 안개꽃 등으로 장식한 대형 축하케이크가 올려져 푸바오를 놀라게 했다. 할아버지(사육사)는 천일을 기념하는 명패를 선물했고, 엄마·아빠는 '푸바오 사랑해'라고 쓴 대나무 판을 공주의 방에 놓았다. 아침 일찍 에버랜드를 찾은 관람객들도 함께 축하해줬다.
엄마 '아이바오(愛寶)'와 아빠 '러바오(樂寶)'는 2016년 4월 한국 에버랜드에서 처음 공개됐다. 2014년 방한한 시진핑 중국주석이 판다를 선물하겠다는 뜻을 밝힌 지 2년 만이다. 에버랜드 내 판다월드에서 생활하는 푸바오는 엄마 아빠보다 할아버지와 뒹굴기를 더 좋아한다고 한다.
얼마 전부터 푸바오를 사랑하는 삼촌·이모 팬들 표정이 어두워졌다. 푸바오가 내년 중국으로 반환될 것이란 소식이다. 중국은 모든 판다를 자국 소유로 하고 각국에 대여하기에 성체가 되면 돌려받는 게 관례다. 일본 동물원에서 태어난 판다 '샹샹'이 지난달 쓰촨성으로 보내진 것도 이 때문이다. 2017년 태어난 샹샹은 2년 전 중국에 귀속돼야 했으나 워낙 인기가 높아 미뤄졌다고 한다.
중국의 판다 외교에 비난이 커진다. 비싼 대여료로 잇속을 챙긴다는 것이다. 자국에서 출생했는데도 중국으로 보내지는 건 과한 처사란 지적이다. 일부 네티즌은 푸바오의 짝을 데려와 살게 하면 안되느냐고 항변한다.
푸바오는 이름 값을 제대로 했다. 많은 이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했다. 이빨에 낀 죽순을 떼어내려 혀를 내밀며 안간힘을 쓰는 모습엔 웃지 않을 도리가 없다. 중국의 강제 귀속은 동물복지에도 반하는 비인도적 처사다. 푸바오도 엄마, 아빠, 할배를 떠나기 싫을 것이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