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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진료를 보러 온 어린이와 부모들로 붐비고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정부가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내놨지만,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경기북부 지역에선 아직도 휴일이나 한밤중 아픈 소아가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정부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아찔한 일을 겪었다. 함께 사는 5살 손자가 일요일 저녁 10시쯤 열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양쪽 귀밑이 눈에 띄게 크게 부어오른 것.

주변 병의원이 모두 문을 닫은 시간이었기에 손자를 데리고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던 A씨는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없어 진료가 어렵다"는 소리를 들었다. 당황한 그는 119에 신고했지만 119에서마저도 "현재 근처에는 소아청소년과 진료가 가능한 병원이 없다. 진료 가능 여부를 문의한 뒤 서울 소재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아픈 아이를 이끌고 병원을 전전한 그는 인터넷 정보를 뒤지고 상비약을 먹이며 노심초사한 끝에 결국 아침이 되어서야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볼 수 있었다. 밤새 앓은 그의 손자는 2급 감염병인 유행성 이하선염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주변에 큰 병원이 많아 당연히 응급실만 가면 될 줄 알았는데, 병원에 의사가 없다니 황당한 일"이라며 "아이의 응급 상황이 더 악화하지 않아 망정이지 큰일 날 뻔한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양시 외엔 야간 진료 어려워
의료인력 부족에 공백 불가피
"범정부차원 대책 필요" 지적

현재 고양시를 제외한 경기북부 지역에선 야간 소아 응급 의료에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한때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이 소아응급센터를 운영했지만 2018년 의료인력 부족 등의 사유로 재지정을 포기하면서 전담 기관이 현재 없다. 일부 대학병원에선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이 돌아가면서 야간 응급실 당직을 서긴 하지만 워낙 의사 수가 적어 공백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평일 야간 진료를 보는 어린이 병원이 일부 있지만 운영 시간이 오후 11시까지여서 휴일이나 심야 시간엔 이용이 어렵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계속 구하고 있지만 지원자가 없다"면서 "소아청소년과는 특히 전망이 밝지 않다고 알려지다 보니 신규 의사 자체가 없는 것으로 안다. 현재로선 뾰족한 수가 없어 환자들의 불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북부의 한 지자체 보건소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심야나 휴일 소아 응급실 운영비를 예산에서 보조하는 것 정도인데 애초에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없다면 실효성이 없다"며 "범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