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전임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동시에 공개 비판하면서 무너진 시스템 회복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이날 오전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전임 정부에서 이념에 치우친 각종 정책이 최근 전세·주식·가상자산 관련 사기 발생의 원인이 되고, 이를 바로잡을 정책을 세우려 해도 거대 야당의 벽에 막혀 어렵다는 것이다.

취임 1주년에 즈음해 지난 국정 운영에서 가로막혔던 '거야'의 형태는 물론 무너진 분야별로 되짚으면서 2주년을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윤 대통령은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한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 비정상적 정책이 전세 사기의 토양이 됐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때 도입한 '임대차 3법'이 부동산 시장 불안정성을 촉발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반시장적·비정상 정책… 집값 급등
시장교란 초래 전세사기 토양 제공
증권합수단 해체 금융 감시 무력화


전임 정권에서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해체된 점도 거론하며, "증권합수단 해체로 상징되는 금융시장 반칙 행위 감시 체계의 무력화는 가상자산 범죄와 금융 투자 사기를 활개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코인) 보유 의혹이 논란이 된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또 "과거 정부의 검찰개혁 과정에서 마약 조직과 유통에 관한 법 집행력이 현격히 위축된 결과가 어떠했는지 국민 여러분이 모두 목격했다"며 민주당 정부가 주도했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의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마약 사범이 늘고 수사와 검거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고 지적했다.

거야 입법 제동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거야 입법에 가로막혀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기 어려웠던 점도 솔직히 있다"며 "무너진 시스템을 회복하고 체감할 만한 성과를 이루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1년간 국정 기조 대전환을 추진했고 이를 위해서는 '입법 동력'이 필수적이었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번번이 좌절됐다는 생각이 그대로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이번 국무회의 발언은 12분 분량으로 TV를 통해 생중계됐고, 장관과 대통령실 참모들은 메모하거나 경청하는 자세를 보였다. 취임 1주년 기자회견 계획은 세우지 않고, 대신 '대국민 담화' 성격의 메시지로 보인다.

'검수완박' 마약사범 늘고 수사 차질
방미·한일정상회담 외교 성과 소개

이에 윤 대통령은 지난달 국빈 방미와 지난 7일 한일 정상회담도 거론하며 외교 분야의 성과를 소개했다.

그는 지난 7일 개최한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에 관하여 우리 전문가로 구성된 현장 시찰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다음 주 G7 정상회의에서는 히로시마에 위치한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에 한일 양국 정상이 함께 참배하기로 했다"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지금 한일 간에 이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국빈 방미에 대해서도 "워싱턴 선언으로 한미 간에 대북 확장억제를 강화한 데 이어, 한미일 안보 공조를 통해 역내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연대를 보다 공고하게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취임 1년의 최대성과로 외교 안보를 꼽았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