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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잘하는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청중에게 '이 오케스트라는 뭔가 특별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게 제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임 후 첫 정기 공연을 앞두고 있는 정하나(42) 인천시립교향악단 신임 악장이 최근 인터뷰에서 밝힌 포부다.

오케스트라에서 악장의 역할은 지휘자 만큼이나 중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인천시립교향악단의 악장은 2020년 12월 1일부터 2023년 4월 16일까지 2년여 동안 공석이었다. 그동안 인천시향은 중요한 공연 때마다 객원 악장으로 공연을 소화했다.

정하나 악장의 전임지는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다. 2011년부터 2023년까지 12년 동안 악장으로 일했다. 지난 3월 2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공연은 정 악장이 경기필과 함께한 마지막 공연이다. 경기필의 팬들은 정 악장이 떠난다는 소식에 크게 아쉬워했고 단원들도 무척 아쉬워했다고 한다.

12년간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악장 경험
정기공연·신년음악회 객원 참여하며 인연 시작
'보잉' 중요성 강조… "세세한 움직임 챙길것"


정하나 악장은 이병욱 인천시향 예술감독의 제안과 함께 지난해 인천시향 정기공연, 올해 신년음악회에서 객원 악장으로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정 악장은 인천시향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정 악장은 인천시향의 첫 만남이 무척 인상 깊었다고 했다. "연주를 같이 해 보면 알 수 있거든요. 뭔가 열정적인 분위기가 있었어요. 열의에 가득 찬 표정으로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이면서 연주에 임하는 것이 느껴졌어요. 표정, 움직임뿐 아니라 소리에서도 그게 나타났어요. 이분들은 '정말 하나가 되어서 연주하고 있구나'하는 느낌 말이에요."

아무리 시스템이 훌륭하고 평판이 좋은 오케스트라라 하더라도 단원들이 합심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연주가 있다고 한다. 반면 인천시향은 '오케스트라 플레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단결', '화합'이 느껴졌다는 것이 정 악장의 얘기다.

정하나 악장에게 '악장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많은 역할이 있는데, 그는 '보잉(bowing)'이라 불리는 활의 움직임을 통일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작곡가나 지휘자가 해석한 음악을 잘 표현하려면 '보잉'을 통일시켜야 연주가 수월해요. 같은 악보를 보고 연주를 해도 누구는 활을 내리면서 연주할 수 있고, 반대로 올리면서 소리를 낼 수 있거든요."

'보잉'이 맞지 않으면 일단 눈으로 보기에 거슬리게 된다. 눈에 보이는 것뿐 아니라 소리의 강하고 약함, 부드러움 등 세세한 음악적 표현도 연주자들끼리 어긋나게 된다.

우리가 말을 할 때 억양을 통해 감정이 전달되는 것처럼, 음악도 마찬가지다. 연주를 수월하게 하는 보잉이 있을 수 있고, 보잉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음악적 표현을 더 세련되게 만들기 위한 보잉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것을 정하는 것이 악장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13년 차 경력 악장으로서 '자신만의 노하우나 영업비밀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하며 웃었다.

"제가 '쫄보'예요. 제가 만족스러울 정도로 연습을 하지 않으면 자신이 없어져요. 그저 첫 연습을 완벽에 가깝게 준비하려고 노력합니다. 첫 연습에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미리 생각하고, 예술감독의 지시가 어떤 것일지 상상해보고 또 그 지시를 효과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해두고 첫 연습에 들어갑니다."

정 악장이 이루고 싶은 것 중 '이 오케스트라는 뭔가 특별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면, 단기적으로는 인천시향의 위상을 알릴 수 있는 '교향악 축제'에서 좋은 연주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많은 오케스트라가 은근히 신경을 쓰는 축제입니다. 좋은 오케스트라를 순위로 매길 수는 없는 일이지만요. 명확한 목표를 잡고 노력한다는 것은 오케스트라를 한 계단 한 계단 성장하게 만드는 좋은 원동력이 될 것 같습니다. 음악적으로 감동을 주는 인천시향, 마음을 다해 연주하는 인천시향의 모습 기대해주세요."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사진/인천시립교향악단 제공/클립아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