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하역 절차 없이 화물트럭이 한국과 중국의 공항과 항만을 오가는 '한중트럭복합운송' 시범사업이 시작하자마자 중단돼 한 달 넘게 재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전 협의 때와 다르게 중국 측이 자국 화물차량을 한국에서 운행할 수 있도록 요구한 것이 이유인데, 재개 시점이 불투명하다.

10일 국토교통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한중트럭복합운송은 지난달 3일 시범사업을 시작해 한 차례 한국 차량이 중국을 왕복한 뒤 5일 중단됐다.

이 사업은 화물차를 한중카페리에 선적해 웨이하이항→인천항→인천공항 구간에 화물 하역 과정 없이 운송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RFS(Road Feeder Service·트럭복합일관수송제도)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역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화물 손상 등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토부와 관세청은 지난 2018년부터 시범사업 실시를 위한 협의를 진행했으며, 지난 2월 양해각서를 체결해 4월부터 6개월간 시범사업을 진행키로 했다.

시범사업 추진을 위해 수년 간 협의가 이뤄졌지만, 불과 한차례 트럭이 오간 뒤 사업이 중단됐다. 중국 측이 자국 차량을 한국에서 운행할 수 있도록 요구하면서 관련 협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별도 하역절차 없이 공항·항만 오가
'한국 차량만 활용' 사전합의 불구
한차례 운행후 '中측서 통행' 요구
양국관계 경색속 재개시점 불투명


지난 2월 한중 교통·관세 당국이 서명한 양해각서에는 두 국가의 차량이 오갈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트럭이 운행하는 국가의 안전, 배기가스 기준 등을 준수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하지만 관세청은 양해각서에 명시되지 않았지만 시범사업 진행 시 한국 차량만 활용하기로 사전 합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중국 측 차량이 한국에서 운행하기 위한 환경기준 등에 대한 협의는 없었다고 한다. 돌연 중국 측이 시범사업을 시작하자마자 양해각서를 토대로 자국 차량 통행을 요구하면서 사업은 중단됐다.

국토부와 환경부는 중국 측의 요구에 따라 중국 차량이 우리나라를 운행할 때 필요한 환경기준과 검증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지만 트럭 운송 재개 시점은 불투명하다. 최근 한중관계가 경색되면서 사업 중단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측이 자국 차량 통행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정부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중국 측이 협의 내용과 달리 자국 차량 통행을 요구한 이유는 알지 못하고, 사전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중국 측이 자국 차량 통행과 관련해 추가 협의를 요구하면서 사업 중단을 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련 부처인 환경부와 함께 환경기준 적용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며 "사업 중단 시점(4월 5일)이 한중관계가 경색되기 이전이기 때문에 양국 관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