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류 성공은 '산업화'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가 국내에서 가내수공업처럼 이뤄지던 (문화)산업을 하나의 큰 산업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영화·드라마 등)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역량을 축적했다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연구원은 새얼문화재단(이사장·지용택) 주최로 10일 쉐라톤 그랜드 인천호텔에서 열린 제431회 새얼아침대화에서 '설계되지 않은 성공, 한류 : 한류의 탄생과 발전'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한류의 발전과 성공에 영향을 미쳤던 일련의 계기들을 시기별로 정리해 설명했다. 그중 1994년 과학기술자문회의 대통령 보고에서 처음 등장한 문구에 주목했다. '영화 쥬라기공원의 1년 흥행 수입이 우리나라 자동차 150만대 수출 수익과 같다'는 문구였다.
김 연구원은 "그동안 딴따라 산업으로 비하되던 영화산업에 대한 인식이 이 문구를 계기로 바뀌기 시작했다. 문화산업을 경제 관점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라며 "이전까지만 해도 관광·전통문화에 대한 지원만 있었는데 1994년 처음으로 문화산업정책국이 신설됐고, 이후 문화산업 진흥에 대한 법과 조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997년 외환위기 아시아 고환율
日 드라마 대체 한국작품들 확산
전세계 인기 비결 'OTT'영향 커
김 연구원에 따르면 1996~1997년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 전체 시청률 15%를 달성하며 한류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그는 "당시 SBS 민간방송국이 개국하며 광고시장이 더욱 커졌고, 방송국 간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지며 재밌는 방송을 만들어야 한다는 자각이 커졌다"며 "1997년 찾아온 외환위기는 한국 드라마가 아시아로 전파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다"고 했다.
이어 "당시 '사랑이 뭐길래'는 일본 드라마의 10분의 1 수준 가격으로 수출됐다. 중국에서의 흥행으로 (한국 드라마가) 싸지만 높은 수준이라는 인식이 아시아 국가 사이에서 생겼다"며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위기로 환율이 오른 상태에서 가격이 비싼 일본 드라마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한국 드라마를 선택하며 한류가 퍼지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드라마가 아시아 국가를 넘어 전 세계적 인기를 끌게 된 데에는 넷플릭스 등 OTT 영향이 컸다는 게 김 연구원 설명이다.
그는 "OTT가 생기기 전에는 각 나라를 직접 돌아다니며 드라마를 수출해야 했지만, 지금은 OTT(넷플릭스)에만 팔면 넷플릭스가 알아서 전 세계에 깔아준다"며 "다만 판매처가 넷플릭스 등 OTT로만 한정되기 때문에 모든 수익을 넷플릭스가 가져간다. 수익성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는 우리가 풀어야 하는 과제로 남아있다"고 했다.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은 강연에 앞선 인사말에서 "최근 새얼문화재단 국내 역사기행으로 전남 신안군을 다녀왔다. 신안군 분들은 자기 고향을 사랑하고 발전시키고, 자기 고향의 역사를 개발해 나간다"며 "사람을 헐뜯어서 짓밟고 그 위에 서야 내가 잘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해서 사람을 키우려고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이어 "우리 인천도 굵은 사람을 발굴하고 키워 한국과 인천에 큰 도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