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기록'은 해방 전부터 1980년대 말까지 간도에 거주한 재중동포의 사진 170장을 수록한 생활사 다큐멘터리 사진 자료집이다. 재중동포의 삶의 흔적을 기록하는 생활사다큐멘터리 아카이브 '간도사진관'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류은규·도다 이쿠코 부부가 지난 30년간 수집한 방대한 사진 자료를 정리하고 글을 썼다.
옛날 사진사들은 기자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온갖 기술을 동원해 한 장의 '좋은 사진'을 만들려고 애썼다. 배경 그림을 특별하게 꾸몄고, 사진과 사진을 합성하기도 했으며 흑백 사진에 색을 덧입혀 채색 사진을 만들기도 했다.
이 책은 작은 사진사(史)이기도 하다. 책은 6부로 나눠 사진을 소개한다. 1부 '여기는 베이징 천안문'에서는 사진관의 배경으로 사용한 그림이나 패널을 살폈고, 2부 '만세불변색의 마법'에서는 채색 사진을, 3부 '미인송 구두 신은 처녀'는 광고 사진 등을 짚었다. 4부 '그리움은 영원히'에서는 해방 전 사진을, 5부 '어찌 잊으리'는 합성사진을, 6부 '여기 보쇼'에서는 사진관 이야기 등으로 꾸몄다.
도다 이쿠코 작가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기념사진은 추억일 뿐이지만, 많이 모아서 정리해보면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고 했고, 류은규 작가는 "많이 찍고 쉽게 지워버리는 요즘 디지털 사진과 전혀 다른 무게감이 옛 사진에는 있다. 사진사와 피사체가 공감하며 만들어낸 행복한 기운을 느낀다"며 "따스하고 감미로운 옛 사진의 매력을 독자 여러분도 느껴보기 바란다"고 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