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부평 강제노동 현장 미쓰비시 줄사택
15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미쓰비시 줄사택 일대 모습. 2023.5.15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흔적인 인천 '미쓰비시 줄사택'과 '영단주택'이 각각 보존과 철거로 운명이 엇갈렸다.

부평구, 市에 국가등록문화재 신청
그간 공영주차장 요구 갈등 해결 노력


15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 부평구는 이달 초 인천시에 미쓰비시 줄사택(부평2동 소재)의 국가등록문화재 등록을 신청했다.

미쓰비시 줄사택은 국내에 남아 있는 일제강점기 미쓰비시제강의 유일한 흔적으로, 문화재적 가치가 커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과 지역의 주차난을 고려해 해당 부지를 공영주차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대립해 왔다. 부평구는 이 같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2021년 8월께 주민, 역사학 교수, 공무원 등으로 자문기구 성격의 협의회를 만들어 운영해 왔다.

협의회는 다섯 차례 회의 끝에 "미쓰비시 줄사택을 지역 자산으로 보존·활용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안을 지난해 말께 부평구에 보냈다.

이에 부평구는 '국가등록문화재 등록을 위한 미쓰비시 줄사택 관리계획'을 세워 지난달부터 줄사택 인근에 쓰레기 무단 투기와 출입 금지를 알리는 현수막을 걸고 주변 환경을 정비했다.

부평구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인천시 현지 조사 등이 먼저 이뤄진 후 문화재청의 관련 조사가 진행된다"며 "결과가 나올 때까지 1년 정도 소요될 수 있다"고 했다.

엇갈린 부평 강제노동 현장 산곡동 영단주택
같은 날 오전 인천시 부평구 산곡동 영단주택 일대에 재개발로 인한 출입금지 안내문구가 부착된 모습. 2023.5.15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산곡1동 재개발 주민 80% 이주 마쳐
"조합서 나가라고 소송 걸고 압박"


반면 일제가 조선의 병참 기지화를 위해 군수업 노동자들에게 공급했던 영단주택(산곡1동 소재)은 철거를 앞두고 있다. 지난 11일 찾은 영단주택 단지에는 출입 금지를 알리는 재개발조합의 안내문이 여러 개 붙어 있었다.

산곡동에는 일제강점기 영단주택 약 800가구가 건설됐는데, 이들 주택은 인천 육군조병창에 강제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들의 숙소로 쓰였다. 해방 이후 주민들이 터를 잡고 살아왔는데, 2013년부터 재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주민 이주가 이뤄졌다.

이날까지 주민의 약 80%가 이주를 마쳤는데, 보상 문제 등으로 일부 주민이 여전히 영단주택에 거주하고 있어 이달 중 시작될 예정이었던 철거 작업은 다소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영단주택에서 전파사를 운영하는 박모(67)씨는 "보상 문제로 아직 나가지 않고는 있지만, 언젠간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도 재개발조합에서 나가라고 소송까지 걸고 압박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평역사박물관은 사라질 처지에 놓인 영단주택을 기록하고자 현지 조사 등을 진행해 지난해 12월께 '산곡동 87번지, 부평 영단주택' 1·2권을 발간하기도 했다.

인천 역사·문화를 연구하는 김현석 생태역사공간연구소 공동대표는 "부평은 도시 전체가 근대문화유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관련 문화재가 많이 남아 있다"며 "미쓰비시 줄사택, 산곡동 영단주택, 육군조병창 등 건물 하나하나에 대한 문화재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도시 경관 전체에 대한 문화재적 가치를 고려해 문화유산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