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내 '달빛어린이병원'이 '청소년 26만3천명 당 1곳'으로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야간 진료 비용 덕에 수요는 폭증하고 있으나, 낮은 의료 수가 문제로 공급자인 일선 소아과들의 참여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달빛어린이병원'은 보건복지부에서 지난 2014년 시작한 정책으로, 야간 및 휴일에 외래 진료를 통해 소아 경증 환자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일선 소아과는 오후 6시면 문을 닫고, 응급실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거나 진료 비용이 비싸기에 부모들 사이에서 '달빛어린이병원'의 선호도는 높다. 


저렴하게 야간·휴일 진료 제공
낮은 수가로 소아과 참여 저조
정부 확대방침, 현장반응 싸늘


도내에는 현재 9곳(경기남부 5곳·경기북부 4곳)이 있는데, 이마저도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동탄·수원·오산·고양 등 위주로 분포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도내 만 19세 미만 인구가 236만8천680명인 점을 고려한다면, 환자 수와 해당 병원 비율은 '1대 26만3천'가량으로 불균형이 심각하다. → 표 참조

2023051201000507200023431

이 때문에 출생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임에도 오히려 '달빛어린이병원' 수요는 폭증하는 반비례 관계가 나타나고 있다. 도에 따르면 '달빛어린이병원 이용 실적'은 지난 2018년 7만1천40건, 2019년 12만6천423건, 2020년 5만9천559건, 2021년 13만3천359건, 2022년 41만2천924건을 기록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인 2020년을 제외하면 수요는 지난 4년 새 6배가량이나 껑충 뛴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합계출산율은 2018년 0.98명, 2019년 0.92명, 2020년 0.84명, 2021년 0.81명, 2022년 0.78명으로 대폭 감소한 가운데, 실제 출생아 수도 2018년 30만명 대에서 2022년 20만명 대 중반으로 내려갔다.

이런 막대한 수요를 맞추고자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내년까지 '달빛어린이병원'을 100곳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소아청소년과 폐과 등으로 전문의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이기에 현실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현재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할 경우 1만2천원가량의 의료 수가를 받는데, 이 정도의 진료비로는 인건비도 충당하지 못해 야간진료를 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의료 수가를 개선해 안정적으로 시설을 운영하겠다고 한 한편, '진료의사 3인 이상'이던 모집 기준도 '진료의사 2인 이상'으로 완화했지만 의료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일선 소아과를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없이, 수요가 많다는 이유로 진료 시간을 늘릴 병원을 모집하는 건 적확한 해법이 아니다. 동네 소아과와 대학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소아전문응급센터 사이 균형이 무너진 게 근본적인 이유이기에 단편적인 대책을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달빛어린이병원'을 대대적으로 늘리겠다고 홍보했던 보건복지부는 현재까지도 의료 수가를 얼마나 인상할지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 수가는 관련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시·군·구의 '달빛어린이병원' 참여 병원을 모집하는 도는 "현재 7개 병원이 추가로 신청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지원하는 병원을 늘리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의료 수가 향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