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년이 지난 지금 유럽에서 극우주의가 다시 약진하고 있다. 2022년 복지 국가로 알려진 스웨덴 총선에서 다문화주의를 반대하는 스웨덴 민주당(SD)이 제2당이 되었다. 이탈리아 총선에서도 네오파시즘 정당으로 알려진 이탈리아형제들(Fdl)이 승리했다. 멜로니가 이탈리아 최초의 여성 총리에 취임하면서 극우 정권의 탄생을 알렸다. 프랑스 대선에서도 국민연합의 르펜이 결선에서 마크롱에게 패했지만, 접전을 벌였다. 이제 극우 정당은 정치의 변두리가 아니라 새로운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독일은 그리스에 재정위기가 발생하자 지원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창립되었다. AfD는 반이슬람을 내세우며 기독교에 기반한 유럽 문화의 수호를 주장하였다. 그들은 원자력 에너지를 지지하면서 지구온난화는 속임수이고, 풍력발전은 자연을 파괴한다면서 반대하고 있다. 당 대표인 가울란트는 나치 시대를 자랑스러운 독일사에 '새똥' 정도의 오점일 뿐이라고 했다. 나치주의자가 홀로코스트를 부인했을 때 표현의 자유라고 변호하였다. 그런데도 2017년 연방의회 선거에서 13%로 91석을 얻었다. 난민들이 독일인들의 사회적 지위와 문화적 정체성을 위협한다는 위기의식이 커졌고, 기독민주당의 지지자 일부가 난민 수용을 단호히 거부하는 AfD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유럽에선 농업·자영업자·비정규직
지지 얻기위해 국민 의식 파고들어
유럽에서 극우 정당들은 민족주의, 외국인 배척, 인종차별, 성차별, 반유대주의, 이슬람 혐오 등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에 의해 딥 스테이트 음모론 등이 1920년대에 비해 쉽게 확산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극우의 토대나 현상이 유럽과 큰 차이가 없다. 사형집행, 반이슬람, 원전 확대, 외국인 노동자, 핵무장, 5·18 왜곡, 좌파 척결, 지역 소멸 등 극우 정당의 탄생과 약진 요소를 갖추고 있다. 일부 종교와 SNS의 주장들은 미국이나 유럽의 극우주의자들과 차이가 없다. 극우주의가 성장하는 바탕에 제조업의 붕괴와 일자리 감소, 그리고 청년들의 비정규직화와 노인들의 빈곤화가 있다. 더 이상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구분은 의미가 없다. 노조에 가입한 자와 가입하지 못한 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세계가 있을 뿐이다.
유럽의 극우 정당들의 약진은 바로 그러한 정치적 토대의 변화를 선취한 결과였다. 그들은 농업, 자영업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특정 계급이 아니라 방황하는 국민의 정신과 의식을 파고들었다. 극우 정당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핵 공포를 안보 담론으로 삼고 있다. 에너지 위기에 대해 원자력 발전을 대안으로 내세우며, 청정에너지로 재포장하고 있다. 인류가 착실히 쌓아온 비핵화나 탈원전 행보를 일거에 반전시키고 있다.
우리도 국내외 세력에 포위당하나
새로운 제3당 극우정당 가능성 커
전투적 민주주의·헌법수호 정신 필요
윤석열 정부가 지난 1년간 미국 무기 구매에 18조원을 썼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5년간 2조5천억원의 7배에 달한다. 원전과 달리 대체에너지 정책은 지지부진하다. 이미 우리도 국내외의 극우세력에 포위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난민 유입에 맞서 극우에 투표했다는 유럽 노동자들에 대한 보고서를 보면서 옛말을 떠올린다. '자연은 공백을 사랑으로 채우지만, 인간의 정신은 공백을 대부분 증오로 채운다'. 내년 총선에서 새로운 정당의 출현을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다. 선거를 통해 등장하는 제3의 정당은 극우 정당일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더 크다. 그러나 증오와 차별 그리고 파시즘 논리에 입각한 극우 정당이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는 자명하다. 극우도 극좌도 용인하지 않는다는 전투적 민주주의와 헌법수호 정신이 필요한 이유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