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쑥날쑥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캠핑인구는 500만~700만명으로 추정된다. 야외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캠핑이 여가활동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기계적인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에게 캠핑은 해방구이자 삶의 활력소다. 방송과 유튜브가 쏟아내는 캠핑 동영상에 끌려 장비를 구입하는 '캠린이'들이 줄을 섰다.
586세대가 청춘이던 시절, 배낭에 텐트와 버너, 식재료를 쟁여 짊어지고 기차와 버스와 도보로 산과 바다의 야영지를 찾아갔다. 설익은 밥에 장아찌 한 조각 올려 먹고 모기에 물리면서도 통기타 반주에 트윈폴리오, 산울림, 운동권 노랫가락을 합창하는 사이 별이 뜨고 졌다. 어른들은 사서 고생한다며 혀를 찼지만, '사서 고생'은 청춘의 특권과 낭만이었다.
지금은 백패킹이 '사서 고생'의 명맥을 잇긴 하지만, 캠핑의 질과 수준이 확 달라졌다. 주말 고속도로엔 캠핑카가 즐비하고, 캠핑장마다 캠핑카와 차박용 SUV차량을 몰고 온 캠핑객으로 만원이다. 고참 캠퍼들은 텐트를 고급 카페처럼 꾸미고, 현란한 장비발로 캠린이들 기를 죽인다. 먹거리도 진공 포장된 육·해·공 식재료와 반조리, 조리식품으로 풍요롭다. 첨단 장비로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캠핑장에서 구매한 장작으로 모닥불을 피운다. 서민들에겐 부담스럽다. 캠핑도 빈부격차가 심하니 씁쓸하다.
수백만명의 캠퍼들이 주말이면 전국 각지의 캠핑장과 자연 깊숙한 곳으로 흩어진다. 부작용이 심각하다. 캠핑차량 주차와 쓰레기 문제로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친다. 보다 심각한 것은 환경파괴다. 몇 년 전 인천의 굴업도가 백패킹의 성지가 되면서 목기미 해변, 개머리 초지, 연평산 일대가 쓰레기 천지가 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최근 인천 신항 배후단지에 캠핑족들이 몰리면서 이곳에서 서식하는 천연기념물 검은머리물떼새의 생태가 위기란다. 캠퍼들이 불을 피우고 연을 날리면서 포란에 민감한 검은머리물떼새들의 번식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차박 캠핑 성행과 야영장 부족으로, 캠핑족들이 파고드는 자연의 범위가 넓어지고 깊어지고 있다.
자연의 주인인 동식물에겐 캠핑객은 불청객이다. 손님이 제멋대로 들어와 주인을 쫓아내고 집을 파괴하니, 적반하장의 막장판이다. 자연의 손님으로 주인을 배려하는 캠핑 문화가 절실하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