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은 자긍심의 역사로도 기록됐다. 1963년~1980년 정부는 실업문제 해소와 외화획득을 위해 서독(독일)에 7천900여명의 광부를 파견했다. 같은 목적으로 1966년~1976년에는 1만여명의 간호사가 보내졌다. 현재 경북 영양군 인구보다 많은 인력이 이역만리에서 송금한 외화는 대한민국 고도성장기에 중요하게 쓰였다. 1970~80년대 가족과 생이별하고 중동 뙤약볕으로 간 100만 건설근로자는 두 차례 석유파동으로 위기에 몰렸던 한국경제를 지켜줬다.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더 나은 인생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외국인들에게 우리가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도 증가 추세다. 경제·문화·민주주의 등 다방면으로 이뤄낸 이 같은 성장의 이면에는 선대 이민자의 피와 땀이 자리한다.
한국경제가 인력난에 신음하고 있다. 인력난은 고비용 저효율에 따른 경기침체 악순환을 부른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는 장래를 어둡게 한다.
이런 우리의 숨통을 이주민들이 틔워주고 있다. 코로나로 사라졌던 외국인노동자가 신속히 유입된 덕분에 1분기 세계 선박 수주액 1위를 달성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농촌에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있다. 결혼이민자는 출산율에도 기여한다. 한국어와 한국문화밖에 모르는 수많은 이민자 자녀가 한국의 발전을 꿈꾸고 있다.
외국인 주민과의 공존은 이제 '가볼 만한 길'이 아니라 '가야 할 길'이 됐다는 김병수(김포시장) 전국다문화도시협의회장의 최근 발언이 그래서 주목된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