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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아케이드(오락실) 게임 '바다 이야기'는 2004년 출시 이후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했다. 스크린 경마를 만든 회사가 일본의 '파친코' 기기를 모방했다. 문어, 해마, 고래 등 바다 생물들이 등장하기에 바다 이야기로 불리게 됐다. 유사 업체들이 뛰어들면서 전국에 도박장 게임 광풍이 불었다.

게임에서 얻은 점수를 상품권으로 줬는데, 즉시 현금화가 가능했다. 업장 옆에 불법 환전소를 운영하는 '눈 가리고 아웅' 격이다. 수백, 수천 배 상금이 터진다는 소문에 게임장은 문전성시였다. 업주들이 자루에 지폐를 담아 귀가하는 등 떼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지역 조직폭력배가 가세하면서 파도가 넘실대는 푸른색 도박장 간판이 도시 골목을 점령했다. 중독성이 강해 재산을 탕진한 피해자가 급증하고 극단적인 선택이 잇따르면서 사회문제가 됐다.

참여정부 시절, 친정권 인사들이 뒷배를 봐준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당시 문체부 차관이 경질됐는데, 오락실 게임과 관련됐다는 설이 돌았다. 경찰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고, 관련자들을 구속했으나 잡음은 그치지 않았다.

사행성 게임장이 해악만 남긴 건 아니다. 경찰이 압수한 LCD 모니터와 PC가 물품보관소를 가득 채우면서 처치 곤란한 상황이 됐다. 불우이웃과 소외계층에 무료로 제공하자는 아이디어가 실행됐다. 소프트웨어를 제거한 하드웨어가 미래 세대의 컴퓨터교육에 보탬이 된 것이다.

김남국 국회의원의 가상자산(코인) 보유 논란이 'P2E(Play to Earn, 돈 버는 게임)' 규제 완화를 노린 입법로비의혹으로 번졌다.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신문 기고를 통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양당 후보 진영에서 작동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P2E 관련 업체가 게임머니를 합법적으로 현금화할 수 있도록 여의도 정치권을 집중 공략했다는 게다.

김 의원은 민주당을 자진 탈당했으나 파문은 가라앉지 않는다. 가상자산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젊은 세대의 분노가 커진다. 실체가 불분명하고 등락 폭이 제한되지 않는 가상화폐는 투기를 넘어 도박에 가깝다. 아빠는 '바다'에 휩쓸리고, 아들은 깡통 코인에 알거지가 된 가정도 있을 것이다. 김 의원과 민주당은 '(국민 앞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