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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그것이 알고 싶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에 대한 시시콜콜한 얘기들이나 TV 광고나 전단지 등의 선전물들이 전하는 내용들이 그러하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이 알고 싶지 않은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받고 있다. 일상을 파고드는 고도화한 홍보전략들로 인해 일상생활 속에서, 심지어 TV나 컴퓨터를 켜거나 스마트폰 앱을 열어도 온갖 광고들로 넘쳐난다.

종교단체의 홍보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헌법 제20조 제1항'을 보면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명시돼 있다.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서 음악을 틀고 책자를 나눠주거나 큰 소리로 자신의 종교 경전의 구절을 외치며 특정 종교를 강요하는 일이다. 종교가 다른 이들도 있을 것이고, 종교를 '가스라이팅'으로 생각하고 아예 종교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이들에게 그것은 참으로 괴롭고 짜증이 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종교의 자유란 말은 종교선택의 자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를 갖지 않을 자유도 포함되는 것으로 종교 단체들의 과도한 홍보로 인해 믿지 않을 권리와 자유가 지나치게 침해되는 것이다.

플래카드의 남용으로 인한 시각적 불편함이 이만저만 아니다. 요즘에는 선거철이 아님에도 각 정당들의 정치관련 현수막들마저 가세하여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다. 플래카드(placard)란 말은 네덜란드어 플라켄(placken)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원래 이 말은 '붙이다'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일본어로는 프라카도(プラカ一ド), 다레마쿠(垂れ幕), 오단마쿠(橫 幕, おうだんまく)라 한다. 플래카드는 가로 방향으로 거는 것이고, 현수막은 위에서 아래로 즉 세로로 거는 것이니 이 둘은 엄연히 다른 것이지만, 요즘에는 다 현수막으로 표기하고 쓴다.

전국에 내걸리는 저 수많은 플래카드들은 다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가? 플래카드의 남용은 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도시미관마저 해친다. 탄소배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당들이 내거는 플래카드는 문구가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자극적이어서 국민 분열을 조장하고 정치의 진영화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 수 있다. 환경과 도시미관과 국민통합을 위해서라도 플래카드들의 남용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