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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중순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돌고 2분기 전기요금이 5.3% 인상되는 등 때 이른 냉방비 걱정에 서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16일 오후 화성시내 한 상가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가 설치돼 있다. 2023.5.16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수도권 낮 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간 16일 오후.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에어컨 풀가동을 시작했다. 절기상으로 아직 여름이 시작도 안 했지만, 더위는 이미 여름에 다다랐다.

A씨는 "올 여름은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이라더라. 올 여름 냉방비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원에 사는 주부 B씨도 미리 에어컨 사전점검을 마치고 이날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B씨는 "집에 어른도 모시고 어린 아이들도 있어, 온도관리에 예민하다"며 "냉방비 걱정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에어컨을 안 켤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여름에 전기요금까지 인상되자, '냉방비 폭탄'에 대한 서민들의 걱정이 크다.

정부는 전기요금을 ㎾h(킬로와트시)당 8원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날부터 적용되는 2분기 전기요금은 기존 ㎾h당 146.6원에서 ㎾h당 154.6원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월평균 332㎾h를 사용하는 4인 가구 기준 전기요금은 월 6만3천570원에서 6만6천590원으로 올라 부가세 등을 포함하면 3천20원을 더 내게 됐다.

학생들 폭염에도 '찜통교실' 여전
어르신·아이들 때문 가정도 가동
'에어컨' 소상공인 매출 직결 부담


소상공인 타격이 가장 크다. 전기세·가스비 등 모든 공공분야 요금이 올랐지만, 경기 침체로 매출은 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여름철 냉방은 매장의 또 다른 경쟁력이다. 매장이 얼마나 에어컨을 풀가동 하냐에 따라, 매출의 희비도 엇갈린다. 이 때문에 소상공인 단체들을 소상공인을 에너지 취약계층에 포함해 에너지 지원을 법제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학교도 냉방비 걱정이 큰 현장 중 하나다. 여름철 학교 찜통교실이 매년 문제인데, 전기요금이 인상돼 에어컨을 맘껏 가동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안민석(더불어민주당·오산)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교육청 유·초·중·고등학교 1~3월 학교 전기·가스요금 집행 현황'에 따르면 전기·가스요금 부담은 작년 2천87억원에서 올해 2천8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23억원(34%)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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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중순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돌고 2분기 전기요금이 5.3% 인상되는 등 때 이른 냉방비 걱정에 서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16일 오후 화성시내 한 상가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가 설치돼 있다. 2023.5.16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일선 학교는 해마나 냉방비 부담으로 폭염에 따른 에어컨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찜통교실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에 교육청은 학교 부담 완화를 위해 학교운영비 증액을 추진하고 있지만 연이은 전기요금 인상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란 설명이다.

안민석 의원은 "정부와 교육당국이 학교만이라도 공공요금 할인 혜택을 주거나 공공요금 인상만큼 학교운영비를 충분히 지원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여름철 냉방비 폭탄이 무서워 에어컨을 충분히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찍 찾아와 오래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무더위 때문에 정부도 여름철 전력 수급 대책을 위한 실무 준비에 들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서울 전력기반센터에서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가스공사, 학계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문가 자문회의를 연다. 여름철 전력 수급과 관련한 첫 실무 회의로, 산업부는 선제적 대응을 위해 예년보다 개최 시점을 앞당겼다. 일반적으로 공급 예비율이 10% 이상이어야 전력 수급이 안정적이라고 보는데, 지난해의 경우 7월 한때 공급 예비율이 7%까지 떨어진 바 있다.

한국전력공사 경기본부도 이날 경기지역 소비자단체들과 간담회를 통해 취약계층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한전은 취약계층에 대해선 인상분 적용을 내년 3월까지 보류하고 농사용 전기요금은 3년에 걸쳐 인상키로 했다. 소상공인 등에 대해서도 요금을 분납할 수 있도록 해, 여름철 냉방 수요 증가에 따른 요금 부담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 관련기사 13면(전기료 인상 공포… '철철' 식은땀 난다)

/김태성·강기정기자 mrki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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